〈고향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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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바다〉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7.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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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7〉

임문자(81) 할머니는 두 번째로 그림방을 열었을 때 합류하셨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은 가렸는데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개 어머니 아니세요?’ 하고 여쭈니 ‘응? 아무개!’ 하고 즉각 반응을 하셨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났어도 그 모습은 그대로여서 여간 반갑지 않았습니다. 어제 일처럼 지난 일들이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임문자 할머니는 옛날에도 우스갯소리를 참 잘하셨습니다. 웃음소리도 함박꽃 같이 소담해서 보는 사람도 같이 유쾌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내 친구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고 두 집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보기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림은 그리지 않고 다른 할머니들이 그리는 것을 보기만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안 해 본 일이니 멋쩍고 어색해서 그러시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임문자 할머니가 합류한 지 사흘째 되는 날 댁에서 그려 오신 그림을 보여주셨습니다. 큰 결심을 하신 듯 ‘한 번은 보여 주어야겠지?’ 하고 꺼내 놓으시는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장이 아니고 여러 장 그리셨고 매우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그리셨는데 그림마다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고향 풍경〉은 이례적이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회색과 파랑, 초록, 연두로 전체적인 색조를 맞추었고 산의 능선과 같은 선이 구불구불 이어졌는데 마치 높은 데 올라가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 같았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고 하셨습니다. 맑은 바람과 바닷물, 산맥이 굽이치고 어린 날의 추억과 그리움이 굽이치고 있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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