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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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풍경화〉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7.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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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8〉

박금자 할머니는 내 초등학교 친구의 큰누나입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박금자 할머니의 남동생만이 아니라 여동생, 부모님, 부모님이 하시던 일, 일하시던 모습까지 모조리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박금자 할머니는 나에 대한 기억도 선명하게 하고 계셨습니다. 내가 남문동 어디쯤에서 살았는지, 어머니가 어떤 분이었는지를 기억하셨고 내 어머니가 무슨 옷을 자주 입으셨는지, 머리 모양은 어땠는지, 어떤 말투를 쓰셨는지를 말씀하셨습니다. 내 어머니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되었고 나의 청년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박금자 할머니는 할머니란 소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구의 누나이니 누나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만 누군가가 했던 말인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데 ‘그냥 학생으로 불러 달라’ 하셨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림방에 오시는 것을 좋아하시고 그림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늘 찾으십니다.  

박금자 할머니 그림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림 속에 무한한 공간이 있어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됩니다. 마치 꿈속 같이 서로 다른 장면이 한 화면에 이어져 있습니다. 노란 하늘 위로 새가 솟구쳐 오르고 아치형 다리를 지나온 물이 넓게 흐릅니다. 물풀인지 나무인지 모를 식물들이 하늘하늘 물속에서처럼 흔들리고 들판 위에 집은 동화책 속의 삽화처럼 예쁜 색깔로 칠해져 있습니다. 박금자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 속의 새처럼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어디를 그린 거예요?’ 하고 여쭤 봤습니다. ‘그냥 풍경화유’ 하셨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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