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을 타고 다니는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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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타고 다니는 교장선생님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08.14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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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한국예총 홍성지회장·홍주고등학교 교장
이번 달 학교장으로서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상헌 신임 한국예총 홍성지회장은 출퇴근길에 승용차가 아닌 트럭을 타고 다닌다.     

경찰, 교사, 작가, 배우까지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새로운 도약
2005년 단편소설·수필로 등단, 만해 한용운 선사 연기한 배우
지난달 한국예총 홍성지회장 당선, “상머슴이 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홍성지회 제8대 지회장으로 선출된 이상헌 신임 지회장은 오는 30일 홍주고등학교에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현재 홍주고등학교 교장인 이 지회장은 30여 년간 충남지역에서 중국어 교사로 재직했다. 그런 그가 예술인 단체인 예총의 지회장에 당선됐다하니, 무언가 궁금한 점들이 생긴다. 지난 4일, 이상헌 교장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 지회장과 예술의 인연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 이상헌은 소설과 수필 쓰는 것을 좋아하던 문학소년이었고, 대학생 이상헌은 학과 내 연극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예술청년이었다. 

이 지회장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교사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경찰시험을 치러 경사로 부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영남지방에서 경찰로 근무했다. 그가 경찰로 활동했던 80년대 말 대한민국은 1987년 4·13 호헌조치,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 정국이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공주사대 중국어 교육과 출신인 그는, 88년 서울올림픽에서 경찰 내 국제협력업무, 해외주재업무 등을 수행하는 외사요원 신분으로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만 3년을 채우고 경찰에 사표를 냈다. 일이 고되기도 했고, 전공을 살려 교사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래도 맨몸으로 가서 한 뭉텅이 벌어서 나왔지.” 그는 혈혈단신으로 간 근무지에서 아내와 자식까지 얻어 고향인 충남으로 돌아왔다.

이 지회장은 1990년, 중국어 교사로 홍성고등학교에 부임하며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홍성여고, 대천고, 온양고 등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특히 홍성고에서는 도합 17년을 근무했다. 당시 충남지역에는 중국어 과목이 개설된 학교가 많지 않아 근무했던 학교에 다시 발령받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사로 근무하면서도 예술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쉬는 날에는 2~3일씩 법성포나 연포에 가서 소설을 쓰기도 했어요. 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니까 직업이 작가인지 묻는 사람도 있더라고.” 작가로서의 이상헌은 지난 2005년 월간 한비문학에 단편소설과 수필로 등단했고,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인협회 홍성군지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30여 년 전인 1992년 극단 ‘홍성무대’를 창단했다. 세 명의 멤버로 시작했던 ‘홍성무대’는 점점 발전해 지역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학생 연극제도 개최했다. “연극제를 통해서 청운대학교 방송연기학과로 진학한 학생들도 많아요.”

교사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면서 4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고, 연극부 학생들도 지도했다. 그가 무대에서 연기한 수많은 배역 중 가장 잘 알려진 배역은 만해 한용운 선사 역이다. 사석에서 그를 ‘만해 선사님’이라고 부르는 이가 있을 정도다. “적당히 머리도 벗어지고…. 나이가 있어서 관객들이 배역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이상헌은 충남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17년 ‘대한민국 자랑스런 연극인상’을 수상했다.

“문학활동에 대해서는 ‘가난이 토양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옛 시절의 감성, 즉 향수를 그대로 옮겨 기록으로 남기는 게 제 꿈이에요. 배우로서는 실제 모습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늘 노력하고 있고요. 만해 선사 역할을 맡았을 때는 수덕사에 가서 스님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했죠. 목탁 두드리는 모습부터 걸음걸이까지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국예총 홍성지회장으로서의 이상헌은 “지회가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위상을 드높이고, 알차게 일하는 상머슴이 되겠다”고 말한다. 두 시간 가량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교육과 예술현장을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한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가 이끌어갈 예총이 회원들에겐 화합을, 군민들에겐 감동을 주는 단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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