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주는 상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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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편이 주는 상승효과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1.17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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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얼굴 표정과 말에 담겨 있는 음색, 그리고 몸짓을 통해서 자신에게 전달되는 느낌으로 상대방을 인식한다. 

H씨는 건장한 30세 직장인이다. 부모님의 간곡한 권유로 상담실에 왔다. 상담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새벽부터 열차를 타고 오셨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왔다고 했다. H는 부모님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상담을 받겠다고 응한 듯했다. 하지만 H씨는 이후 상담실에 한 번을 더 내방한 후 전화나 문자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다. 

H씨가 상담실에 오게 된 경위는 아버지가 은행 빚 8000만 원을 갚아주셨기 때문이다. H는 팝콘 TV BJ(개인 방송 진행자)○○에게 팝콘을 자주 선물했다. 연봉이 5000여만 원이지만 생활비를 빼고, 모든 돈을 고스란히 BJ에게 선물한 것이다. 저축한 돈도 없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님을 볼 때, 평생 열심히 일을 하셨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본 적이 드물다. 숨이 막히도록 싫었다. 힘이 있을 때, 건강할 때, 즐기고 싶었다. 가족과 친지들을 보면 암과 다양한 질병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 생활을 볼 때 더욱 그러했다. 이러한 자신을 주변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한심하게 여기지만,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BJ○○가 있기 때문에 괜찮았다.

BJ○○를 처음 알게 된 것은 6개월 정도 됐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할 게 없었다. 게임을 하다가 인터넷을 여행하던 중 BJ○○의 청순하고, 귀엽고, 섹시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BJ○○가 운영하는 영상을 시청하면서 자신에게 웃음을 주고, 따뜻한 말로 관심을 가져줄 때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힘듦을 이야기하면,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해주며 내 편이 돼줬다. 그래서 근무시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BJ○○의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는 데 썼다. BJ○○는 H씨에게 비타민이고, 생명수와 같았다. 

어느 날은 BJ○○가 자신이 만든 쿠킹 요리를 직접 시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아무도 팝콘을 쏴 주지 않자 그녀가 너무 안쓰러워 자신이 과하게 팝콘을 쏴주게 됐다. 그때마다 그녀는 환호성과 관심을 줬고, 자신이 직접 만든 치킨이나 마카롱 등을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다. 

동기강화상담(MI)에서 초이론적 변화단계이론(prochaska & Diclemente, 1983)은 현재 내담자의 변화에 대한 준비도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개입을 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모형이다. 첫 번째, 문제를 조금 인식하고 걱정하지만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전숙고단계이다. 두 번째, 변화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어서 변화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숙고단계이다. 세 번째, 변화하겠다는 공식적인 언약과 결심을 하는 준비단계이다. 네 번째, 내담자는 준비단계에서 수립한 변화계획을 실행하고 수립된 계획에 문제가 발견되면 계획을 수정하면서 재실행하는 과정을 6개월 이상 지속한다. 다섯 번째, 변화를 6개월 이상 지속하면서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여섯 번째, 습관이 형성됐지만 가끔 이전의 생활 패턴으로 되돌아간다. 

H씨는 자신의 행동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전숙고단계이다. 노환으로 돌아가신 외조모는 항상 자신의 편이 돼주셨던 분이다. 부모님은 항상 걱정하는 표정과 지적하는 말들을 쏟아 내셨지만, 형에게는 칭찬과 애정을 쏟으셨다. 이를 볼 때마다 우수하지 못한 자신이 미웠고, 바보처럼 느껴져 자책할 때가 많았다. 항상 형과 비교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았고, 우연히 알게 된 BJ○○로부터의 인정은 외조모와 같은 편안함과 안식을 재경험할 수 있도록 촉진시켰다.

두 번째 만났을 때, H씨는 자신이 직접 BJ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H씨에게 “너는 할 수 없다”고 폄하했지만, 자신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현재, H씨와 BJ○○는 관계가 소원해졌다. 왜냐하면 최근 H씨가 생일을 맞이했을 때 BJ○○는 약속했던 고급 선물을 보내주지 않았고, 통화할 때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H씨는 알고 있다. 본인이 BJ○○에게 팝콘을 많이 쏴줘도 자신과 현실적 연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H씨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환대와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H씨가 잘 준비해서 건강한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은 내 편이 돼주고, 환대와 인정을 주는 대상에게 에너지의 방향은 흘러간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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