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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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2.12.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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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올해 12월의 내리막길에 이르게 되니 다른 해보다 감회가 새롭다. 지난 2019년 초 갑자기 광천노인대학장을 맡게 됐고, 이제 4년의 임기를 마치면서 지난 15일에 ‘제9기 졸업식’을 갖게 됐다.

한파와 폭설주의보로 조심스런 식장에는 어느 대학에 비할 수 없는 인생의 애환이 담긴 사각모를 쓴 어르신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동안 3년간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이제는 그것도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듯하며 지난주 강의시간에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린 ‘노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이란 시(詩)의 여운이 귓가에 맴돈다.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나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노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라는 시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는 가고 계묘년(癸卯年) 토끼가 오는 길목에서 맞이하는 12월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옛날에 어느 분이 말한 것처럼 같은 세월도 “10대는 기어가듯 가고 20대는 걸어가듯 가고 30대는 뛰어가듯 하고 40대는 수레타고 가듯 가고 50대는 말 타고 가듯 가고 60대는 날 듯 간다”고 했다.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현대에 70~80대는 고속전철을, 90대는 비행기를 타고 가듯 빠르게 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일상적으로 자기 나이는 자가용의 속도에 비유해서 30대는 30km로 90대는 90km로 달려가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속도로 인생 열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그래서 30대 젊은이는 인생살이에서 오랜 경륜을 쌓아온 인생 선배의 삶에서 묻어나는 지혜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사람의 늙어가는 차이도 60대는 해마다 다르고, 70대는 달마다, 80대는 날마다, 90대는 때마다, 100세는 분마다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이며 분명 어르신들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미 놓여진 길 위를 사람이 걸어가듯 오래전에 펼쳐진 시간에 사람이 간다는 말도 있다. 우리 몸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에도 신체 내부에서는 모든 기관은 꾸준히 작동을 하고 있기에 그것이 곧 몸이 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초고령화 시대에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에 활력이 되는 노인대학은 매우 필요한 삶의 배움터요 안식처가 된다. 그래서 지난 졸업식 전에서 앞으로 노인대학의 활성화를 위해서 함께 풀어야 할 공통과제로 몇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학교 버스로 면 단위 어르신들을 모셔오는 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면 단위에도 노인대학을 설치하는 것과 현재 주 1회 등교를 2회로 증가하고 노인회 지회에 노인대학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것을 제안하며, 노인대학을 졸업하고 건강한 분들에게는 노인대학원에 등교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는 어려웠던 시대에 태어나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가난의 보릿고개를 극복하며 국가발전의 근간을 이뤘던 어르신들에게 당연한 예우가 아닐까!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 있나?”라는 말처럼 자연의 순리를 어길 수는 없지만 세월과 함께 동행하는 여정에 불행보다는 행복을 슬픔보다는 기쁨의 나래를 펴고 살아가기 바라면서…!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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