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한 분이 아침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림 그리기 활동을 마치는 날이었습니다. “나물을 좀 뜯었는데 나누고 싶다. 조금 일찍 나와 줄 수 있느냐?”는 거였습니다. 나물만을 기대하고 조금 일찍 나갔는데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셨습니다. 말씀하시는 입술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분 같았는데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셨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어르신이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은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다른 어르신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하셨습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으나 아쉬웠습니다.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찾아가 뵙기로 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며 어르신에게는 마음의 치유가 될 것입니다.
어르신은 곧바로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친밀감이 두터워졌을 때 당신의 그림을 설명하듯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느덧 나를 당신의 다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시게 된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의 따님은 늘 옆에서 어르신을 지켜보십니다. 어르신을 앞서는 법이 없었습니다. 어르신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하시고 격려를 하십니다. 어르신이 하시던 농사를 대신하고 계십니다. 어르신은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행복하다.”라고. 놀라운 말씀이었습니다.
행복하다는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완성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어르신의 완성은 어르신 스스로 하신 것입니다. 슬픔과 역경을 극복하신 것입니다. 마음의 평화를 이루어 내신 것입니다. 따님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큰 힘은 어르신 스스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내신 어르신의 마음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