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어 놓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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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 놓고 즐겁게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11.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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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44〉
김순옥 〈소나무〉 36×26㎝ 수성싸인펜.
김순옥 〈소나무〉 36×26㎝ 수성싸인펜.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 중에도 그림 그리기에 특별한 흥미를 갖고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기억력이 좋으시고 생각을 진취적으로 하십니다. 그림에 재능이 있다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계시고 외부와 소통을 잘 하십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긍지를 가지신 분들은 대게 자세하게 묘사를 하십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게 또는 어느 지도자나 선배에게 칭찬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 칭찬받았던 것대로 그리고자 하십니다. 그런 분들은 내가 하는 안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갈등하다가 흥미를 잃으십니다.  

연세가 많으실수록 생각을 열어 놓는 게 중요합니다. 내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은 고집으로 이어지고 결국 외돌토리가 되게 합니다. 묘사를 잘하여 뭇사람들의 칭찬을 들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림은 그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워야 하는 것입니다.   

홍동면 문당리에서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할 때의 일입니다. 8명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신 90세의 어르신이 그림을 가장 열성적으로 그리셨습니다. 한 번은 댁에서 그림을 그려오셨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르신의 그림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열심히 그리셨는데 바로 대상물과 교감하면서 그리셨다는 것입니다. 어르신이 직접 기르시는 화초들을 관찰하면서 그리셨는데 그 집중력과 표현력에서 할 말을 잃었던 것입니다. 
 

그 어르신은 몇 개월 후에 요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불청객 치매가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 어르신에게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기념이 될 만한 그림 몇 점은 더 남기셨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을 때 하시는 게 좋습니다. 마음을 열어 놓고 즐겁게 하시면 더 좋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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