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마비된 홍성군…반쪽짜리 제설작업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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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마비된 홍성군…반쪽짜리 제설작업 '원성'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2.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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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적설량은 최고, 제설제 살포량은 최저
이면도로 제설작업 '뒷전'…사실상 손 놓아

택시운전을 하는 김모(54) 씨는 평소 홍성읍에서 홍동까지 15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여 가까이 도로위에서 머무르는 불편을 겪었다. 지난 7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충남 전 지역에 발효된 대설주의보에 따른 폭설로 인해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들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김모 씨는 "홍성읍에서 홍동면은 엎어지면 코 닿을 만치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제설작업이 늦어져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눈길에 미끄러진 차들로 인해 몇 건의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모(34) 씨도 도로에서 시간만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5일 내린 눈으로 인해 다음날 오전 출근길 교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아파트에서 도시계획도로로 진입하기 까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 씨는 "하루 전에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설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의심이 든다"며, "큰 도로를 제외한 이면도로의 제설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누구의 책임인지도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성 등 충남 서부 지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지난 7일의 폭설은 짧은 시간 동안 눈이 집중되며 관내 곳곳의 교통난을 불러왔다. 그러나 홍성군의 안이한 대처, 유관기관들 간의 불협화음, 부족한 군민의식 등 고질병에 가까운 인재(人災)의 성격도 강했다. 짧은 시간에 내린 폭설로 인해 도로 곳곳이 마비되면서 행정당국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홍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홍성지역에 내린 눈은 자그만치 9cm. 군은 이날 제설장비와 도로인력을 투입해 강설 이후 제설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소규모 인력투입과 제설장비 운용이 미흡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군은 덤프 트럭 2대를 비롯 살포기 12대, 제설기 12대와 47명의 인력을 투입해 제설작업에 나섰으나 타 시군에 비해 턱없이 적은 모래, 염화칼슘, 소금 양을 살포하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도가 추산한 12월 7일자 제설작업 추진현황과 적설량을 비교해 보면 인근 청양군의 경우 9cm 적설량을 기록한 홍성군에 비해 턱 없이 적은 3.5cm의 적설량을 보였으나 모래 160㎥, 염화칼슘 30톤, 소금 50톤 등 홍성군 모래 12㎥, 염화칼슘 8톤, 소금 15톤 등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제설물질을 살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5cm의 적설량을 기록한 부여군의 경우 모래 100㎥, 소금 40톤, 염화칼슘 40톤을 살포했다. 이날 홍성군은 도내 최고 적설량인 9cm를 기록했지만 제설제 살포량은 타 시·군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으로 미온적 제설작업에 교통대란이 불거졌다는 군민들의 여론에 타당성을 더 하고 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제설작업을 충분히 벌였는데도 불구하고 기온이 워낙 낮다보니 염화칼슘 등의 제설제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 이면도로 제설, 사실상 손 놓고 있어
한편 홍성·광천읍내 주요도로 이외 이면도로의 제설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민원이 군청 홈페이지 '홍성군에 바란다' 게시판 등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는 "출근길 자동차가 하수구에 빠져 견인차를 부르고 앞뒤로 오고가지 못하는 차량들은 비상등만 켜고 장시간을 멈춰서 있어야 했다. 출근길 바쁜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위해 얼어버린 길에 멈춰서 언제 미끄러져 사고가 날지 모르는 차량사이로 아이를 데리고 아슬아슬 걸어가는 모습이 아비규환과 다름없어 보였다"며, "인원·장비가 부족한 걸 알고 주민들이 제설 작업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인근에 모래주머니, 염화칼슘이라도 비치해 두어야 하지 않나. 이미 5cm 넘게 얼어버린 바닥에 올 겨울 더 이상 차량 운행은 힘들 듯 싶다. 앞으로 겨울 내내 출퇴근 시간마다 어린 아이들은 데리고 다녀야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 "제설도 가려서 하나" 소외감 토로
군민들의 이 같은 불편은 제설작업 대상이 큰 도로 위주로 집중돼 이면도로나 주택가도로는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다. 특히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돼 있는 고지대 등은 '제설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홍성군은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생활화 하자는 구호만 외칠 뿐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우거나 날씨가 포근해져 눈이 녹기를 기다릴 뿐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대부분의 마을안길은 제설작업 코스에서 제외된 구간이며, 현재 군청 및 홍성읍사무소 제설작업 인원 및 제설자재 보유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을안길 제설작업이 어려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설을 하고 있다"며, "홍성읍사무소 및 마을 이장과 협조체계를 갖춰 내 집 앞 눈치우기 운동을 적극 홍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상점이나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운다 하더라도 제설제를 뿌리지 않는 이상 도로가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데다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날씨 속에 도로가에 쌓인 눈이 왕복하는 차들로 인해 당시 빙판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관리 10구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박모(44) 씨는 "이 동네에 살면서 주택가 일대에서 제설작업이 되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면서 "노령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곳인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과 200-300m 떨어진 홍성읍 중심가는 제설작업이 잘 돼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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