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삼복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람들은 바닷가나 계곡을 찾는다. 어느 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제주도, 울릉도, 거제도, 안면도가 아니라 ‘그래도’라고 했다.
물론 가상의 섬 이름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실패하고 아무런 결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담긴 희망적인 말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그동안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여기까지 왔기에 그래도 현재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앞으로의 삶에 기대가 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말이며,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내포돼 있어서 더욱 역동적인 단어 같다.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라는 말처럼 이 한 단어로 힘을 얻을 수 있다.
요즈음 자신을 돌아보면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가려고 노력했어도 큰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음이 감사하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교육자의 길에 외도의 유혹이 있었고 명문대 출신이나 유능한 교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민의 한사람으로서의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위하기도 한다.
원래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등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일’이란 뜻도 있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질이나 능력을 캐내고 찾아내는 기능이라고도 한다.
또한 예술은 ‘기예와 학술을 통해 의식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활동’이라 했으며 ‘인생을 예술처럼 살자’는 말도 결국 의미 있게 살자는 뜻이다. 아마도 교육과 예술은 동질성을 가진 활동이기에 그런 뜻에서 지난 학기에 광천노인대학 어르신들에게 ‘내가 살아온 길’이란 주제로 글을 쓰도록 했다.
대부분 어르신이 시대적 환경에서 배움에 대한 굶주림으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없음에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있음을 역력히 느낄 수가 있었으며, 그분들이 갖고 있는 소질과 능력을 조금은 생각하고 캐낼 수 있었다.
한편 예술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재료에 기술을 가미해서 질서 있게 조립하고 제작하는 과정이라 한다. 하나의 집을 짓기 위해서 여기저기 심어진 나무라는 재료와 모래, 자갈 등을 시멘트로 한데 모아 벽돌을 찍어 집을 짓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쓰신 글을 컴퓨터로 타자해 발표하고 괘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작은 예술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매일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각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요, 예술가다. 지난 한 학기동안 광천노인대학이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이제 2학기에도 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방학 숙제로 ‘내가 살아갈 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시라고 했다. 이 분들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기에 더욱 긴장이 되고 진지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파랑새’에서 행복을 찾아 멀리 다녀봤지만 진정한 행복은 크고 먼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소확행’이란 말처럼 행복은 작고 가까이 확실한 것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의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집 내 집뿐이리”라는 가사처럼 아무리 호화스러운 주택도 나와 거리가 멀면 소용없다.
마찬가지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모두의 인생 시계는 똑같은 속도로 매일매일 질주해 간다. 그래도 우리는 독립된 나라가 있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이 있고 일터가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결국 삶이란 하나의 모험이며,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해야 할 일이 있고, 존재적 가치와 사명감이 있기 마련이다.
한편 죽음이란 각자의 사명을 다했다는 표시이기에 슈바이처의 말대로 사람은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전에는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올해 1월에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으로 한동안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우리는 힘들고 어려워도 ‘그래도’라는 말을 생각하며, 더위를 참으면서 엄습해 오는 갖가지 난관들을 극복하자고 다짐하면서….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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