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외성과 선심 행정의 실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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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외성과 선심 행정의 실익
  • 김진욱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4.09.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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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김진욱<br></strong>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br>행정학 박사<br>칼럼·독자위원<strong></strong><br>
김진욱
혜전대학교 교양과 교수
행정학 박사
칼럼·독자위원

전통적으로 기업경영(business)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며 우선적 가치는 효율성이다.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산출을 지향하며 경영자는 성과(outcomes)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여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행정의 가외성(redundancy)은 조심스럽지만 빈번하게 적용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다. 든든하게 지어진 다리를 왜 두들겨보라는 것일까?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비아냥거릴 수 있다. 가외성(加外性)은 ‘불필요한 중복’을 의미해 요즘 같은 스피드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매사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안정적으로 집행해야 할 정부정책과 행정행위에서는 ‘안정성’을 이유로 여(餘)벌의 개념을 상쇄하면서 유용한 가치나 이념(ideas)으로 강조된다. 행정서비스 수혜자는 더없이 고마운 논리다. 안정적인 서비스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국민이 바라는 의료서비스 욕구(needs)는 매우 크다. 전 국민이 싸고 편리하게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에 익숙해 있다. 땜질식 처방보다는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정적 의료서비스체계(system)를 기대한다. 이중 삼중의 가외적 의료시스템을 좋아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확대되면서 지역별로 주민들의 요구도 다양해졌다. 행정 효율화를 위해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별 특색을 반영한 조직을 추가하면서 구성원까지 늘렸다. 조직 확대와 공무원 수의 증원은 행정업무의 효율화와 양질의 행정서비스가 병행돼야 이치에 맞다. 역량을 갖춘 지도자는 지역발전과 행정수요에 기반해 적극 행정으로 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공직자들 사기진작에 힘쓴다. 반면에 주민서비스나 민의 수렴과 민원 해소에는 별 관심이 없고 법적 근거만 살피면서 선심 행정에만 골몰하기도 한다. 물론 양자의 구분에는 한계가 있다. 

홍성군은 지난 2013년 충남도청 이전 후 내포신도시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2017년도(약 10만 명)에 행정조직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 실·과로만 구성돼 있던 군청조직을 2개 담당관과 2개국(局) 설치를 시작으로 개편한 행정조직은 2024년 현재 의회사무국을 제외하더라도 3개 담당관과 3개의 국으로 확충되면서 군(郡) 단위지만 도시와 같은 직제를 구성했다. 상위직급은 늘어났고 행정업무도 세분되면서 직무의 전문성이 강화됐다. 일견 자연스럽고, 상급자일수록 더없이 반가운 조직개편이었을 것이다. 

한편 홍성군은 지난해에 5년 미만의 퇴직공무원이 11명에 이르러 과거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고 한다. 혹자는 공무원 1인당 주민의 수(105.5명, 예산군 94명)가 너무 많다면서 ‘공무원 수 증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또 MZ세대의 특성에다 박봉과 업무 폭주 이외에 대민업무의 애로를 주요 퇴직 사유로 분석했다. 물론 일부는 타당한 이유로 해석되지만,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공직에서 이직 사유는 매우 다양하고 조직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에 새로운 방식의 접근도 모색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의 본질은 주민자치고 주민을 위한 행정이 주가 돼야 한다. 주민을 위한 지방행정의 근본이 중앙집권 때와 달리 독자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지역의 인구 증가로 인한 공무원 정원 증가를 하위직에 먼저 보충해 지역의 필수 행정 분야를 우선 확보한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예컨대 동일한 인건비로 보다 많은 인적 자원을 확보했으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저(低) 연차 공직자의 이탈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행안부 정원규제와 상위 규정에 맞물려 조직개편을 통한 상위직급 확대는 가능하더라도 하위직 증원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총액인건비를 기준으로 혁신적인 조직개편안을 추진했다면 행정개혁 대상감으로 충분했다. 효율성과 행정의 가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2017년도에 상위 조직을 확대 개편하지 않고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지방행정을 위한 환경조성에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면, 상위직 승진대상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지역만의 제도적 혁신과 재정 효율성 확보 및 행정서비스의 질적 개선에는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규정과 법제를 준수한 행정이 공직자의 사기를 높일 수는 있었겠지만, 실무팀이나 일선 현장의 하위직 공무원들의 난해한 민원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생각을 달리했다면,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저임금까지 겹치면서 공직을 떠나려는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어야 했다. 어려운 민원에 노련한 선배들을 전진 배치해 공직의 노하우를 익힐 때까지 함께 도와줬더라면 신규들의 이탈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까지 관료제가 행정의 안정성 담보에는 최고원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규모 조직의 기본원리로 작동되고 있다. 공직도 하위조직에서 직위분류제를 가미해 팀제를 운영하지만, 그 속에도 계층원리가 조직사회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다. 안정성 기저에는 철저하게 가외성이 작동하고 있다. 때로는 중복성으로 폄하될 수 있지만, 대민행정 일선에서 가외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한편 지방정부는 어느 정도 조직의 자율성이 부여됐지만, 아직도 상당 부분 중앙에 예속되어 있다. 지방의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혁신모델 개발이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지원돼야 할 때이다.

행정과 정책(public policy)은 과학적이며 복잡한 절차와 논의 과정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광범위한 정책일수록 심도 있는 숙의를 거치고 이해당사자들과 전문가의 고견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한다. 공익을 제일 목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자유의사가 반영되면서 수혜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으로 형성될 때 올바르게 작동될 수 있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주요 정책을 합리적으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다. 집단이익으로 목숨까지 내걸면서 대립적인 집단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데 많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말만의 협치보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포용적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위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검토와 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잘 분석해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심 행정으로 주먹구구로 보수를 상향 조정하는 전략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적잖게 보장되는 시스템과 장기근속의 장점도 어느 정도 반영돼야 한다. 공공부문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았는데 비용만 증가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과거에 잘 살던 선진국들이 부도난 데에는 공공부문의 비대가 부실을 선도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직군 간 형평성과 책임에 수반된 적정보수를 보장하면서 조직 내 상급자의 관심과 부하들의 사기진작이 강화될수록 조직의 안정화를 기할 수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읍면 단위의 통폐합과 조직규모 변화도 시급하다. 인력 재배치에 대한 논의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주민들은 허기지고 농어촌은 시들어가는데 관리들만 복에 겹다면 그 또한 기형적인 사회구조로 남을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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