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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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3 >
  • 한지윤
  • 승인 2013.04.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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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미라는 참담한 기분이 되어 고개를 숙인 채 손을 오무작거렸다. 그녀의 손에는 반짝이는 포장지로 싼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현우야, 가자."
진영의 못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너 가게는 어떻게 하고?"
진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꼭 도와줘야 한다는 법은 없거든. 어때? 내가 낀다고 불쾌해 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 말이지, 너희가 아직 날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나도 괜찮은 놈이라구."
또 시작되는 개동의 너스레를 현우와 진영은 서로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대기만성이고 흙속의 진주라,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비범한 인물이라는 말도 있지 않냐?"
"알았어, 알았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겠으니 그만 이빨 풀고 어서 가자. 네 얘기 듣고 있다가 해 다 저물겠다, 야."
진영이 더 못 듣고 있겠다는 듯 일어서서 개동의 손을 잡아끌고 문밖으로 나섰다.
"잠깐."
뒤이어 문을 나서려던 현우는 미라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미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우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요즘에는 종호가 계속 괴롭힌다면서?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불량학생이 아니란 말이지?"
현우가 한쪽 입술을 치켜 올리며 비꼬는 투로 말했다.
"그래, 그건 네 오해고 선입견이야."
"네가 불량학생이든 아니든 나한테 변명할 것 없어. 귀찮게 굴지 말라는데도 왜 자꾸 이러는 거야?"
위아래로 미라를 훑어보며 현우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모르겠어, 나도 이럴수록 네가 싫어하는 걸 아는데도 내가 왜 이러는지."
그녀는 복받치는 설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현우의 눈엔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게 비쳐졌다. 삼류 영화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사랑고백으로 보일 뿐이었다.
"사람 잘못 봤어. 그렇게 찝쩍대서 넘어가는 골빈 녀석들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아냐. 헛다리짚은 거라구. 종호한테나 빌붙어서 잘 지내보시지 그래."
차가운 비웃음과 함께 던지고 나간 현우의 말이 미라의 가슴속에 독 묻은 가시처럼 날카롭게 와 박혔다. 그녀는 얼굴을 싸쥐며 털썩 주저앉았다.

"야, 배고파 죽겠다. 그만 가자."
기지개를 펴며 개동이 말하자 현우와 진영도 따라서 허리를 폈다.
"야, 매일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면 큰 일 나겠는데."
개동이 난처한 표정으로 어깨를 갸우뚱거렸다."
"큰일이라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진영이 물었다.
"내가 너희들 앞에선 노가리도 잘 풀고 언변도 좋지 않냐. 그런데 사실 고백하자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떨려서 한 마디도 못하거든. 헤헤."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개동을 쳐다보는 진영과 현우의 얼굴은 아직도 궁금증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이렇게 둔하기는! 야, 이렇게 계속 공부해서 학력고사 수석이라도 해봐라. 인터뷰다 뭐다해서 사람들이 들이닥칠 게 아니냐. 이 개동이 집에. 그러면 소감을 얘기해야 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환경미화원도 아니고 단칸방에 사는 것도 아니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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