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던 오후, 바람에 실려 온 뭉게구름이 슬며시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언덕배기로 향하는 발걸음은 햇살에 물든 계단을 오르고, 악기로 가득한 무대 앞에서 풍경의 일부가 됐다.
지난 5일 홍주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코리아퓨전재즈오케스트라 내포지부가 주최·주관한 ‘홍성사랑 팝스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2004년 창단된 코리아퓨전재즈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충청남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됐으며, 국내 공연은 물론이고 사이판 초청 연주, 북 마리아나 관광청으로부터 표창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음악 교류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홍성군과 홍주문화관광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편성 위에 퓨전 재즈와 전통 타악의 색채를 더해 관객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40인조의 단원들은 김만규 단장의 지휘 아래 바이올린·첼로·플롯·색소폰·호른·콘트라베이스·오보에·바순·트럼펫·트롬본·일렉기타·베이스기타·피아노·드럼·팀파니·타악기 등을 연주하며,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를 감미로운 선율로 장식했다.
진행을 맡은 이승용 테너는 “음악은 장르가 아니라 경험”이라며 “오늘 찾아와 주신 관객 분들이 경험을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다양한 악기 연주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들의 뮤지컬·영화·애니메이션 OST 독창·듀엣 또한 감상할 수 있었다.
1부에서는 △록키 브로드웨이 △아리랑 판타지·랩소디 △트럼펫 독주 ‘concieto de aranjuez’ △뮤지컬 서편제 ‘살다보면’ △인어공주 OST ‘저곳으로’ △드림걸즈 OST ‘리슨’ △웰컴투더정글 등이, 이어 2부에서는 △아프리칸 심포니 △보헤미안 랩소디 △업타운 펑크 그리고 ‘타악그룹 판타지’의 전통 타악(꽹과리·장구·북·징)까지 더해지며, 우리 가락의 생동과 정서의 울림이 절묘하게 섞여 들었다.
이종화 충남도의회 의원은 “그동안 클래식, 재즈, 국악은 늘 따로따로 접해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퓨전 연주는 처음이라 색다른 감동을 받았고, 정말 훌륭한 연주였다”면서 “마치 정원에 햇살이 비치고, 가벼운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며 공연의 여운을 전했다.
평소 음악 감상이 취미라는 복 아무개(홍성읍) 씨는 “무료 공연이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찾아왔는데, 수준 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며 “오랜만에 귀가 호강했다”고 말했다.
한편 ‘코리아퓨전재즈오케스트라’는 홍성에서 8회의 정기연주회를 가진 바 있으며, 제9회 정기연주회 ‘홍성사랑 팝스 콘서트’는 생활 속 삶의 무게에 지친 지역민들에게 작은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고자 다양한 음악 장르를 새롭게 편곡해 전석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다.
미/니/인/터/뷰 - 김만규 단장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이 부분을 신경 쓰며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또 뮤지컬부터 재즈 음악, 대중음악 그리고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음악 장르가 서로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어울리도록 편곡하고 연습했습니다. 비록 관객석이 꽉 차진 않았지만, 많은 분이 호평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지역민께 저희의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공연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저희 코리아퓨전재즈오케스트라가 존립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