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에서 다시 피어나는 흥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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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에서 다시 피어나는 흥부전”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6.01.01 06:55
  • 호수 923호 (2026년 01월 01일)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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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의 흥부기행 흐름 잇는 연극 협동조합 출범
공연·출판·강연 아우르는 농촌 문화 실험 시작
참석자 전원이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의 시작을 기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조선 후기의 판소리계 소설 ‘흥부전’을 매개로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려는 이들이 모여, 지난해 12월 26일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총회에는 홍순명 전 풀무학교 교장을 비롯해 박현미 풀무학교 교장, 신관호 평촌요구르트 대표, 자녀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참석한 주민 등 13명이 참석했으며, △경과 보고를 시작으로 △임시의장 선출 △서기·의사록 서명날인인 선출 △정관·사업계획·수입지출 예산 의결 △임원 선출 등의 안건이 차례로 다뤄졌다.

총회는 그간 ‘홍동흥부예술단’의 연극 활동을 이끌어온 이번영 마을학회 일소공도 공동대표가 참석자들의 추천과 동의를 통해 임시의장으로 선출돼 진행됐다.

이번영 임시의장은 협동조합 설립 배경에 대해 “홍동은 전국 최초의 대안교육·협동조합·유기농업·지역언론의 발상지인 만큼, 지역 문화 또한 활발해져야 한다”며 “살맛 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학, 음악, 미술, 체육, 목공, 자금 등 여러 영역의 협동 없이는 불가능한 종합예술이 바로 연극”이라며 “연극을 통해 지역 공동체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은 홍동 주민을 기본으로 하되, 농촌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조합으로 운영되며, 1인 1표의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원칙으로 한다.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의 출범은 단발성 시도가 아니다. 이들의 활동은 1997년 ‘만해의 길’ 함께 걷기를 계기로 시작된 ‘흥부기행’ 모임에서 비롯됐으며, 지난 27년간 흥부전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왔다. 이러한 흐름은 2003년 홍순명 작가의 ‘새 흥부전’, 흥부향약 포럼, 강연회 등으로 이어졌다.

또한 본지 899호(2025년 7월 10일자) 9면 <‘홍동’이란 맞춤옷 입고 새로이 태어난 흥부전> 기사에서 소개했듯, 지난해에는 홍동에서 마당극 ‘흥부와 오리’ 공연이 두 차례 열렸다. 10월 홍동거리축제 전야제와 11월 한국·중국·일본 유기농업인 단체 평화교류회 무대에는 8명의 단원이 출연했다.

공연 이후의 변화에 대해 묻자 이번영 대표는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연극으로 풀어내니, 유기농업인들이 ‘말로 들을 때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연극의 힘과 효과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이어 임원 선출 과정에서는 ‘7명 정도로 간소화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참석자 전원의 동의로 추천과 동의 절차를 거쳐 임원이 선출됐다. 이사장에는 이번영 씨가 선출됐으며, 이사로는 이선용(흥부예술단 사무국장), 주형로(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신관호(평촌요구르트 대표), 이형용(흥부연극단원), 유재중(선우 디자인전문회사 대표), 케빈 갤러거(전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 아태지역 담당관) 씨가 이름을 올렸다. 감사는 정상옥(풀무재단 사무국장), 채승병(일흥목장 대표) 씨가 맡는다.

감사를 맡은 정상옥 씨는 “홍동을 대표하는 문화가 생긴다는 사실이 기뻤다”며 “배우로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조합이 만들어진다면 후원자로서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동에 가면 흥부전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단단한 팀이 꾸려져 장기적으로 공연이 이어지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은 앞으로 연극 공연을 중심으로 희곡 출판, 문화예술 강연회와 경연, 기념품 제작·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사업계획에는 흥부전 학습과 강연, 대본 공모, 공연 제작, 중·장기적으로는 연극 경연대회와 출판 사업까지 포함돼 있다.

이번영 이사장은 “1년 뒤에는 오늘 세운 사업계획들이 현장에서 활발히 정착해 있는 모습이길 바란다”며 “연극을 통해 마을과 농촌을 잇는 문화적 기반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를 마친 뒤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인원은 13명으로, 사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을 포함해 30여 명이 ‘흥부연극예술협동조합’의 활동에 함께할 예정이다.
 

임시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한 이번영 대표가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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