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2013년 설립 이후 12년간 지역 교육의 등불이 되어온 ‘홍동중학교 반딧불장학회’는, 과거 전교생 100명 이하로 한 학년 두 학급 유지조차 위태롭던 상황 속에서 ‘교육을 살려야 지역이 산다’는 신념으로 출발했다. 2025년 1월, 제6대 회장으로 취임한 주환택(63) 회장을 만나 장학회의 발자취와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면 지역을 살리자’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장학회
반딧불장학회는 지난 2013년 11월 30일 설립됐다. 당시 홍동중학교와 지역사회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농촌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는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학생 수가 줄면 학급 유지가 어렵고, 이는 다시 학부모와 학생의 외면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었다. 주환택 회장은 말한다.
“학생 수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교육이 가능합니다. 너무 줄어들면 학교가 제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면 지역을 살리자’, 그 중심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는 제가 교직에 있을 때부터 계속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장학회의 설립 목적은 명확했다. 학생들이 ‘교육 환경’ 하나만 보고도 홍동면을 찾을 수 있도록 통학비와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 나아가 학교를 마중물 삼아 지역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반딧불’이라는 이름에 담긴 공동체 철학
장학회 이름에 왜 ‘반딧불’이 들어갔을까. 회원들은 반딧불이가 내뿜는 작은 빛줄기에서 장학회의 본질을 발견했다.
“반딧불이 한 마리는 작지만, 떼로 모이면 어둠을 밝힐 수 있잖아요. 형설지공(螢雪之功)처럼, 여러 사람이 십시일반 힘을 모으면 큰 기금이 됩니다. 그 의미를 담아 ‘반딧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의 철학은 운영 방식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홍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회원을 정회원·준회원·명예회원으로 체계화했으며, 회장 1인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 민주적 운영을 실현했다. 특히 ‘Amor 홍동! 1000人! 天使!’라는 구호는 장학회가 지향하는 공동체 장학 사업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는 장학회가 특정 집단의 친목 도모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전체의 염원을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임을 상징한다. 이러한 진심에 응답하듯, 현재 반딧불장학회에는 졸업생은 물론 지역민과 출향인에 이르기까지 총 328명의 후원자가 함께하며 농촌 교육의 희망을 써 내려가고 있다.
■ 탄탄한 모금 체계와 역대 회장들의 헌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비결을 묻자 주 회장은 ‘구조’와 ‘사람’을 꼽았다.
우선 안정적인 모금 체계를 구축했다. ‘1구좌 100만 원’을 기본 원칙으로 삼되, 일시 납부와 CMS 자동이체를 병행해 기부의 문턱을 낮추고 지속성은 높였다. 특히 CMS 후원은 자연스럽게 100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장학회의 든든한 재원이 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역대 회장들의 헌신이었다. 초대 이동식 회장이 장학회의 기틀을 세웠고, 2대 노종세 회장과 3대 장승순 회장이 각각 1억 원 이상의 기금을 모으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4·5대를 역임한 송영만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1억 원 이상의 모금과 더불어 회원 수를 300명 이상으로 확대하며 조직을 키웠다. 주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역대 회장님들의 든든한 후원이 장학회를 지탱한 가장 큰 힘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장학회의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설립 10주년을 넘긴 2024년 기준, 홍동중학교는 전출생보다 전입생이 많은 학교로 탈바꿈했다. 인근 면 단위 학교와 비교하면 학생 수는 2배 이상 많았고, 홍동면의 인구 감소율 또한 주변 지역 중 가장 낮았다. 학교가 살아나자 지역의 소멸 시계가 늦춰진 것이다. 주 회장은 이 결과를 두고 “처음 목표였던 모교 발전과 지역 소멸 예방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보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축하에서 복지까지, 사각지대 없는 세심한 손길
반딧불장학회의 특징은 개별 장학금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활동비 지원에 있다. 매년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가량의 규모로 교육활동비를 지원해 1박 2일 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을 뒷받침한다.
특히 3월 신입생 전원에게 지급되는 ‘입학축하장학금’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피켓과 함께 전달되는 이 장학금은 학생들의 애교심과 학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안은자 교사가 이야기를 전했다.
“학기 초 담임교사들이 상담과 가정방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형편을 살핍니다.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꼭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핵심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그리고 여러 형제 사이에서 학업을 이어가기 벅찼던 학생이었죠. 반딧불장학회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지난해 2월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 학생의 동생이 뒤를 이어 입학했고, 장학금을 신청해 둔 상태예요.”
반딧불장학회의 ‘2025년도 장학금 및 교육활동비 지원 계획’에 따르면, 앞서 밝힌 교육활동지원비와 입학축하장학금 외에도 △품행이 바른 학생에게 지원하는 ‘모범장학금’ △역경을 딛고 꿈을 키우는 학생에게 지원하는 ‘희망장학금’ △봉사와 배려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학생에게 지원하는 ‘최기성장학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김인태장학금’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12년의 노력, 충남교육의 귀감이 되다
2025년 12월 19일, 반딧불장학회는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으로부터 ‘교육경비 지원 유공자 감사패’를 받았다. 감사패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졌다.
“귀 단체는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행복한 학교 학생 중심 충남교육’ 구현에 많은 노력과 헌신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교육경비 지원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고, 그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 회장은 수상의 의미를 담담히 전했다.
“인정받기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이어온 노력이 공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장학회원들 모두에게 보람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지속 가능 농촌 교육을 향한 제언
2025년 1월 4일, 제6대 회장으로 취임한 주환택 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이제 홍동중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홍동 지역 전체의 교육 발전을 견인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실제 조직의 변화로 이어졌다. 반딧불장학회는 2025년부터 ‘홍동사랑반딧불장학회’로 흡수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이는 초·중·고교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교육지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역사회 내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되며 뜻을 함께하는 명예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 회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교육 지원’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 있든 차별 없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과 단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끝으로 장학회 설립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정치적인 입장이 아니라, 장학회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또한 서로 존중하며 의사결정을 한다면, 세 명의 뜻만 모여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작은 빛들이 모여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홍동중학교 반딧불장학회는 지난 12년간 지역 교육의 희망을 지켜왔다. 학생 한 명을 살리는 일이 곧 마을 하나를 살리는 일임을 증명해 온 이들의 발걸음은 이제 홍동을 넘어 더 넓은 교육 공동체로 향하고 있다. 교육으로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이 반딧불의 빛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