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지방으로, 전력은 수도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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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지방으로, 전력은 수도권으로
  • 정창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6.02.26 07:12
  • 호수 930호 (2026년 02월 26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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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정창수</strong><br>나라살림연구소장<br>​​​​​​​칼럼·독자위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칼럼·독자위원

오늘날 대한민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모든 자원이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도권의 편익 이면에는 지방의 일방적인 희생이 전제돼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폐기물은 지방으로 내려가고,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은 수도권으로 끌어올려지는 이른바 ‘역진적 구조’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여실히 드러낸다.

환경 부담은 지역이, 편익은 수도권이 가져가는 비대칭 구조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 있으면서도 정작 자체적인 소각·매립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직매립 금지 조치 이후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은 충청과 강원 등지의 민간 소각장으로 대거 위탁되고 있다. 반면 전력은 호남과 영남, 동해안의 발전소에서 생산돼 초고압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향한다. 수도권 전력 자급률이 60%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지방의 희생 없이는 수도권의 일상이 유지될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지방자치 원칙을 무너뜨리는 ‘발생지 처리 원칙’의 실종
이러한 구조는 지방자치의 대원칙인 ‘발생지 처리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기가 배출한 쓰레기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이 환경 정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도권의 환경 부담과 건강 위험이 특정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방 주민들은 송전탑과 발전소, 소각 시설로 인한 피해를 온몸으로 감내하지만, 정작 그 혜택은 대규모 수요처인 수도권에 집중된다. 지방이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장’이자 ‘에너지 공급 배후지’로 전락했다는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행정통합, 구조적 변화 없이는 ‘무늬만 통합’일 뿐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광역 단위의 행정통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통합 광역정부가 들어서도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 정치·경제적 권력이 집중돼 있는 한 ‘비수도권 생산·처리, 수도권 소비’라는 기존 패턴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 구조가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흘러간다면, 혐오시설의 지방 배치와 수도권의 소비 중심화는 오히려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자기 지역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균형 발전의 시작점
결국 환경 문제 해결과 수도권 집중 완화의 핵심은 ‘자기 지역 폐기물은 스스로 해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생활폐기물을 발생지에서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배출한 만큼 환경적 비용을 직접 부담하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는 강력한 책임 메커니즘이 된다.
수도권이 스스로 소각장과 재활용 시설을 확충하고 감량 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 마련돼야만 환경 비용의 외부 전가가 차단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전국 각 지역이 적정 규모의 도시로 전환되도록 이끄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향해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볼 때, 각 지역이 쓰레기와 에너지 문제를 자립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수도권의 종속적 배후지가 아닌 ‘동등한 주체’로 서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제는 폐기물과 전력 모두에 대해 ‘발생·소비지 책임 원칙’을 강화하고 제도와 요금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각 지역이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구조가 확립될 때, 비로소 환경 정의가 바로 서고 진정한 의미의 국가 균형 발전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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