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박사
칼럼·독자위원
설 연휴를 계기로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 조사 결과는 대체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여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응답이 50%대를 기록했고, 서울시장 선호도 조사에서는 여야 주요 인물 간 지지율 격차와 양자대결 결과가 주요 뉴스로 전달됐다. 조사 방식과 표본오차, 응답률까지 비교적 충실히 설명된 전형적인 선거 여론조사 보도였다.
이러한 보도는 한국 선거 국면에서 반복돼 온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언론은 후보 지지율과 정당 선호도를 중심으로 여론의 흐름을 전달하고, 시민들은 이를 통해 정치적 경쟁 구도를 이해하게 된다. 여론조사는 선거 보도에서 중요한 정보 제공 수단이며, 유권자의 판단에 참고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방식이 선거 보도의 중심이 되는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는 시민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론이 무엇을 묻기로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즉 여론조사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설정한 질문을 통해 여론을 구성하는 측면을 갖는다.
이번 방송 3사의 조사 역시 대부분 “여당과 야당 중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하는가”,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한가”와 같은 정치적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이는 선거를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경쟁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만드는 전형적인 보도 방식이다. 물론 선거에서 경쟁 구도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선거가 단순히 인기 경쟁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정책 방향을 선택하는 민주적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보도 방식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는 도시 개발, 주거, 교통, 교육, 복지, 기후 대응, 지역 불평등과 같은 생활 의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거 보도에서 이러한 의제는 종종 후보 지지율이나 정당 경쟁 구도 뒤로 밀려난다. 결과적으로 선거는 정책 선택의 과정이라기보다 정치적 세력 균형을 묻는 이벤트처럼 보이게 된다.
여론조사 중심의 선거 보도가 반복될수록 정치적 의제는 단순화되고, 시민의 선택은 지지율 경쟁의 틀 안에서 이해되기 쉽다. 특히 방송 뉴스가 동일한 방식의 조사 결과를 동시에 보도할 경우, 선거 보도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경쟁 구도 중심의 프레이밍은 더욱 강화된다. 이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선거를 ‘정치적 경기’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은 여론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어떤 의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선거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만들 것인지 역시 언론의 중요한 책무다. 여론조사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다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누가 앞서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 “지역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인가”, “후보들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가”라는 질문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가이다.
선거 보도에서 여론조사는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지지율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성숙해 간다. 선거를 앞둔 지금, 언론이 여론을 묻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