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의미로 보는 홍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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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 의미로 보는 홍주시
  • 범상<석불사 주지·칼럼위원>
  • 승인 2014.08.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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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홍성, 예산 통합은 필연이다>에서 홍성과 예산은 지리적으로 도청신도시를 공유하며, 현실적으로는 이미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었고, 중앙정부 역시 통합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양 군의 경계에 계란의 노른자위와 같은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도청신도시라는 물리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로 각자의 길을 고집하는 것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 통합의 시기를 놓치게 되면 지역의 불균형발전은 불 보듯 뻔하며, 서울의 강남 강북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통합의 예비과정으로 공간적, 정신적(사상적) 동질성을 찾아내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재언했으며, 공간적으로는 팔봉산(수암산+용봉산)을 중심으로 하자고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 팔봉산이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팔봉산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여덟 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이라고 이해한다. 실재로 팔봉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에 가보면 친절하게도 1봉에서 8봉까지를 정하여 표석을 세워 놓은 곳도 있다.

산이라는 것은 본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의 연속인데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봉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그러나 팔(八)자의 의미를 새겨보면 이러한 문제는 쉽게 풀린다. 팔(八)은 사방팔방을 뜻하는 것으로, ‘홍성 8경’처럼 나를 중심으로 하는 전체의 공간에서 가장 뛰어남(아름다운)을 말하며, 사람에게 적용되면 ‘팔방미인’ 즉,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 된다.

전통신앙에 등장하는 팔선녀(八仙女)는 자손의 생산을 상징하는 천주떡과 불로초를 들고 다니며, 자손의 점지는 물론 인간에게 부귀영화를 깨닫게 해주고 때에 따라 선신(善神)들을 보좌하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산이 지녀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으므로, 신령스럽고 아름다웠던 팔봉산”이 일제의 행정구역 분할로 인하여 예산과 홍성 땅으로 나누어지면서 수암산과 용봉산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팔봉산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의미와 위상마저 사라져버렸다.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애국가에는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과 내가 사는 공간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남산이 있고, 전국의 교가(校歌)에는 어김없이 동리의 명산이 등장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민족은 조상대대로 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고, 죽어서는 산이라는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전통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한국의 사찰에서는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만큼이나 산신각이 인기가 있으며, 종교와는 상관없이 민중들 안식처이자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산은 우리민족의 정신적 고향이다. 그래서 일제는 침략기간 동안 전국 명산의 혈을 끊고 쇠못을 박았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국인의 심성에 자리 잡고 있는 영원한 어머니를 죽임으로서 조선의 기(氣)를 완전히 끊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제는 당시 충청의 4목 가운데 하나인 홍주의 정기를 끊기 위해 홍주와 결성을 합쳐 홍성이라는 새로운 지명을 만들었고, 팔봉산에 이어서 홍주의 주산인 백월산도 예산과 홍성으로 분할하였다.

이처럼 산이 가지는 의미와 역사적 입장에서 본다면 팔봉산과 백월산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여야 하고, 22개 군현의 행정중심이었던 홍주라는 지명회복은 회복되어야 한다. 이것은 홍성과 예산이라는 지역연고주의 입장이 아니라 도청이전으로 100년 만에 다시금 충남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러한 역사성의 회복은 홍성과 예산을 관통하는 독립정신과 선비정신을 아우르고 나아가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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