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오는 길이 즐거운 학교 만들고파
심리상담으로 학생·부모·교사 소통 노력
상담교사인 그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얼까’, ‘오고 싶은 학교는 무얼까’를 고민하다 샌드위치를 생각해냈다. 아침일찍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아침을 굶고 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치고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교무실이 아닌 상담실에서 아이들을 맞는 그는 상담실의 문턱도 낮췄다.
“아이들이 힘들고 짜증날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심리상담도 중요하지만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잠시나마 숨통 트일 수 있었으면 해요” 20여년 전 처음 선생님이 됐을 때, 그는 상담실이 아닌 교실에서 영어책을 들고 교단에 섰다. 이후 20년간 영어를 가르치던 그가 심리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 때문이었다.
“자퇴나 퇴학 등의 이유로 학교를 관두는 아이들이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더라고요. ‘아이들이 왜 그만둘까?’를 고민하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으로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 관계개선을 해야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변승기 교사는 고민의 결과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2006년 상담교사양성과정을 통해 전문 상담교사의 길로 들어섰다.
아이가 바뀌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뿐아니라 가정환경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2008년부터는 부모교육도 함께 해오고 있다. 그는 부모와 아이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민감한 시기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사춘기라고 하는 15~16세에 많은 부모들은 아마 결혼 15~16년차일 것입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때가 결혼만족도가 가장 낮은 시기라고 합니다” 양쪽 모두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기에 이때 부모와 자녀의 갈등도 자연히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승기 교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개선을 위해 서로의 성격을 진단해 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MBTI(선호유형 검사)를 학부모상담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조부모의 양육태도 등 부모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커 왔는지를 상담을 통해 분석하기도 한다. “모두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함입니다.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를 알게 되면 무조건 화를 내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청소년기가 가지는 특수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청소년기는 몸과 생각에 변화가 많은 시기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전혀 새로운 낯선 것들이죠. 그렇기에 도움이 필요한 시기이고, 이때 주변에서 청소년들을 도와야 합니다”학생들이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학교를 졸업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심리상담이지만 여전히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있어 왠지 모르게 미안함과 함께 괴로운 마음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때론 미안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더 도와주지 못한 게 아닌가.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최대한 줄이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는 사소한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바늘 구멍을 계속 내다보면, 그 구멍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요? 제 노력이 한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