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과 홍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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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과 홍주성
  • 박성묵 <예산역사연구소장>
  • 승인 2018.10.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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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1월 전라도 고부봉기로부터 시작돼 동학농군이 전국을 휩쓸었던 동학혁명은 수십만의 희생자를 낸 채 좌절됐지만 한국의 민족, 민주화운동의 뿌리라는 깊은 의미를 남겼다. 논어 ‘학이편’에 ‘子曰 道千乘之國하되 敬事而信하고 節用而愛人하며 使民以時니라’ ‘나라를 다스릴 때는 무슨 일이든지 믿음을 주고 신실하게 처리해야 하고 씀씀이는 반드시 절약해야 하며 백성을 진정 사랑해야 하고 때를 가려서 사람을 부리고 백성의 삶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백성의 삶을 살피지 않고 조선의 지배세력은 기득권을 누리면서 부정부패에 빠졌다. 세도정치 폐단 속에 나라는 위, 아래 할 것 없이 다 썩어 갔다. 농민들의 삶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때 경주에서 수운 최제우(1824~1864)는 일찍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늘에 기도하는 수행을 하면서 ‘동학’을 창도했다.

동학은 1880년대 홍주 일대 들불처럼 전파됐다. 1871년 ‘최초의 혁명’이라 부르는 영해혁명을 주도한 홍주 출신 이필제라는 걸출한 동학인물을 배출한 곳도 홍주지만 덕의대접주 박인호, 박성순(朴成順)에 의해 조직화됐다. 이후 최제우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교조신원운동을 거쳐 동학교세는 급속히 커졌다. 급기야 1894년 총기포령이 내려지고 내포지역 관아가 대부분 동학군 수중에 떨어졌지만 최후의 보루 홍주성만큼은 건장했다. 홍주는 고려 때부터 충청도 서북부지방의 행정 중심도시였다. 홍주성은 역사적 변란기 속에서 주요거점의 역할을 담당했을 만큼 그 웅혼한 역사가 서려 있는 성이다. 동학혁명 홍주성 전투도 그렇다. 최대 희생자를 내고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공주 우금치가 동학군에게 통한의 고개로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홍주성은 북접 내포 동학군에게 쉽게 잊히지 않을 쓰라린 패배지였고 동학혁명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서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홍주목사 이승우가 홍주성을 지킨 것은 그의 탁월한 지략도 한 몫 했다. 일본군을 불러와 동학군을 깨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고 마을마다 유계를 설치한 점과 식별표를 발행·보급하는 등 동학군 진압준비를 실행에 옮겼다. 또 토벌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동학군 지도자 정원갑, 이한규를 처형할 정도로 치밀했다. 동학군은 홍주성 공격 시 문밖 향교촌 뒤편에 진을 치고 공격준비를 하던 중 홍주 향교에 있던 유생 서재생, 오경근, 최민지, 방세웅, 방석규, 이준복, 서종득, 최학신 등의 항의에 이들7명을 처단할 때 까지만 해도 동학군의 사기는 기세등등했다.

‘天不變 道亦不變’이라 쓴 동학군의 대장기가 말하듯 보국안민, 척양척왜 구호는 하늘이 변하지 않는 한 그들의 도(정의) 또한 변하지 않는다는 강한 개벽의 열망이 담겨있다. 그러나 갑오년 10월 28일(음)부터 시작된 홍주성 전투는 빙고치부터 막강한 화력을 지닌 일본군의 일제사격에 쓰러져 초반부터 무수히 사망자를 냈다. 동학군이 홍주성 점령을 실패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시아 최초로 부국강병 첨단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의 동학토벌에 소위 위정척사유림들의 연합전을 편 이유가 가장 큰 이유다. 동학혁명 때 넘어야 할 곳을 넘지 못하자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을미년 을미 적 거리다가 병신년 병신 된다’는 민중의 울분은 노래로 승화됐다. 전라도 동학을 말하기 전에 홍주성에서 일어난 동학농민군의 숭고한 뜻을 홍주골 사람들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홍주성을 더 확대해 보면 세계의 근대혁명사 중 ‘아래로 부터의 혁명’이 홍주성의 역사 숨결이 아닌가. 홍성에서 개최한 지난 동학혁명 백주년 행사 때의 열의보다 더 나은 게 없는 분위기다. 정학을 지키고 사학을 배척하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반외세 운동은 같았다. 결국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동학군이나 유림들의 항일투쟁 모두 자주독립의 뿌리이자 의병이다. 홍주성에 서린 의병 한쪽만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행위는 역사왜곡이요 진정한 홍주정신이 아니다. 이젠 함께하는 역사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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