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농(農)부부, 농촌 희망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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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농(農)부부, 농촌 희망 일군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5.1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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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농부를 꿈꿔온 총각과 농부 아내가 되려는 겁없는 처녀
생태적 가치 나누는 농촌에 둥지 틀다


지난 주말 홍동면 문당리가 이른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마을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로 떡을 하고 국수를 삼는 등 마을 주민들은 홍성환경농업교육관에 모여 잔치준비로 분주하다.

어려서부터 농부를 꿈꿔온 바른청년 주하늬 군과 남들 다 기피하는 농부아내가 되려는 겁 없는 처녀 양윤정 양의 결혼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에는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순백의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없고 대신 진달래꽃을 따다 곱게 물들인 듯 고운 한복을 입은 신부가 있다. 결혼식에 의례 있어야 할 주례가 없고 양가부모의 감사인사와 마을 이장·신랑 은사님의 간단한 축사가 대신한다.

문당마을 김중호 이장은 "새롭게 시작하는 새내기 부부의 결혼을 마을 주민 모두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과 땅을 섬기는 마음으로 행복하고 화목한 농촌마을을 가꿔 나가주길 바란다"고 마을 주민들을 대신해 축복의 말을 전했다.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루는 도심 속 결혼식장은 없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싱그런 녹음 속 탁트인 야외 마당이 있을 뿐이다. 하늘과 넓은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홍성환경농업교육관 앞 마당에는 마을 주민을 비롯해 이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위해 참석한 하객 1000여명이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줬다. 또한 눈살을 찌푸리는 친구들의 짖궂은 장난 대신 동아리 친구들의 사물놀이 공연과 대금과 기타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친구가 불러주는 축가가 결혼식을 더욱 빛내준다. 더욱 특이한 것은 이들의 결혼식에는 혼수도 없다. 단지 두 사람의 하나됨을 알리는 동그란 링 모양의 결혼반지가 전부이다.

신랑 주하늬 군은 "그동안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에게 지금까지도 빚 진게 너무 많다󰡓며 󰡒앞으로 살아가며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 듯 치러지는 소비적이고 형식적인 결혼식이 아닌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마을이 하나 되어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 준 결혼식에는 정겨운 이웃과 감사한 인연들이 자연과 함께 어울려 전하는 참된 축복만이 가득하다.

주하늬 군은 전국 최초로 오리농법 벼농사를 시작한 홍성친환경작목회 주형로 회장의 아들이다.

주형로 회장은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끌고 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면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앞으로 두 사람이 해야 될 일"이라며 "이제 모든 농업을 아들에게 맡기고 농촌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 적극 앞장 설 것"이라고 전했다.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는 부친을 보며 정직하게 뿌리고 가꾸고 거두어 나누는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요즘 보기 드문 청년 주하늬 군은 현재 홍성군농업인단체 총연합회 이사이기도 하다.

이들의 결혼식을 대견스럽게 지켜보던 홍순명 선생은 "이들은 농촌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농촌의 희망"이라며 "앞으로 자연과 이웃이 있는 시골 공동체를 살리고 도시에 속한 이웃들과 연계해 농촌과 도시가 순환하는 마을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가장 큰 선물인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물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부 양윤정 양은 농부 외에는 다른 꿈을 꿔 본적도 없다는 신랑 주하늬 군의 순수한 마음에 끌려 무작정 농부의 아내가 되겠다고 따라나섰다.

신부 양윤정 양은 "대학에 입학해서도 고향에 돌아가 농사짓기를 꿈꾸던 신랑의 한결같은 모습에 반했다"며 "직접 이곳에 와보니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의 느낌 정도이겠지만 나에게는 희망이 보이는 곳"이라며 밝게 웃는다. 이러한 신부를 위해 신랑은 그녀의 결심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대학시절 외에 농촌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주하늬 군은 "농촌에서 농부로서 자연과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이라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고 생태적 가치를 나누는 참된 삶을 위해 이제부터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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