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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만성(화가, 홍성고 교사)
  • 승인 2010.06.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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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전만성의 길따라 마음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노래가 <매기의 추억>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기>라는 동산의 추억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매기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작곡자의 아내라는 것도 그 때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를 그리며 젊은 날 행복했던 때를 추억하는 노래인 것이다.

<매기의 추억>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이기도 했다. 박박 머리에 일본식 검은 제복을 입을 때의 일이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래 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매기 머린 백발이 다 되었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번역을 해서 그렇겠지만 노랫말이 우리 것처럼 매끄럽지 않은데도 애조 띤 곡조와 소년기의 애상적 감성이 맞아서 무한 반복해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는 TV광고에서도 이 노래가 흘러나와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보험인가? 술인가? 노래 내용과는 딴판인 상품이었는데 그 결합이 절묘하여 볼 때 마다 옛날 생각이 나면서 어서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화목하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박머리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시절을 보낸 후에 성공한 어른으로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는 스토리였는데 흑백 필름이 만들어 내는 연상 때문인지 아니면 음악효과인지 아무튼 주책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쯤 나이를 먹고 보니 옛날 코흘리개 적 친구들,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 어둠의 깊이만큼 거리를 두고 지냈던 친구들과 이제는 화해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친구들 속에 있는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 고장의 5월은 동창회의 계절이 된 것 같다. 골짜기 마다 동창회로 떠들썩하다. 거리마다 현수막이 나부끼고 하늘 높이 풍선이 떠오른다. 밤하늘에선 폭죽이 터지고 온갖 달콤한 문구로 가슴을 흔든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 무대를 세우고 뜨겁고도 화려한 불빛을 쏟아내며 밤새워 흥을 돋운다. <더 화려하고 더 성대하게>가 동창회의 목적인 것만 같다.

조용한 동창회를 그려본다. 지금 우리는 늙어지고 머리는 백발이 다 되었지만 젊은 날의 푸른 꿈을 만나는, 그런 동창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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