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염천과 모진 태풍을 딛고
일어선 벼 이삭들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팔을 엇거러
서로 상대방의 손을 잡고
고생했다 고생했다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조용히 일어나서
가을 들판을 가득 메운
벼이삭들은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은 벼이삭들은
스스로가 촛불입니다
노랗게 스스로를 태우는
뜨거운 촛불입니다
우레 같은 함성을
속으로 응축시키고
기도보다 거룩한 말씀으로
들판 가득 환하게 밝히는
뜨거운 촛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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