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배려로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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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배려로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0.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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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글날 기념 말하기 대회 대상수상 레티탄 투엔 가족

왼쪽부터 남편 김형훈 씨, 레티탄 투엔, 둘째 딸
베트남 출신 레티탄 투엔(22)은 한글날 기념 말하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창 농번기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레티탄투엔을 만나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그녀의 한국생활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레티탄투엔은 2006년 7월 남편 김형훈(44) 씨와 결혼 후 현재 1남 1녀의 자녀와 홀 시아버지를 모시고 갈산에서 살고 있다.

갓 시집와 병환 중인 시어머니 수발을 들고 농사일을 지으며 한국생활 적응에 힘겨워했던 레티탄투엔은 베트남과 전혀 다른 한국의 농사일이 제일 힘들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단일 작목을 재배하는데 한국에서는 배추, 무, 벼농사 등 50가지도 넘는 재배법을 익히는데 많이 힘들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사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7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11시가 넘는다고 한다. 또한 맏며느리인 레티탄투엔은 일년에 5번이나 되는 제사를 직접 모시고 있다.

이렇게 힘겹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레티탄 투엔이 한국생활에 서서히 적응하며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남편 김 씨의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이 컸다.

김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힘들어하는 농사일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한국어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 씨는 "한국농촌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해주기 위해 농작물을 소량이라도 가짓수를 늘려 다양하게 재배했다"며 "힘들었을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한국문화에 익숙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그동안 말 못한 속내를 내비쳤다.

레티탄투엔은 "항상 농사를 지으면서 잘 몰라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잘한다고 칭찬 해주는 남편 덕분에 이제는 짧게나마 영농일지도 쓰고 있다"고 자랑한다.

김 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하게 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해서 레티탄투엔은 지난 해 운전면허시험 1종과 한국어 능력시험 중급에 합격한데 이어 가장 큰 꿈이었던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시집오기 전 어려운 가정형편과 장애인 동생을 위해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레티탄투엔이 안쓰러웠던 김 씨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시간이 부족한 레티탄 투엔을 위해 집안일을 도우고 아이들을 돌봐주며 피곤해 하는 레티 탄투엔을 격려하며 틈틈이 공부를 가르쳐왔다.

"하루 종일 집안일에, 아이들 돌보며 힘들어 짜증내지만 남편은 언제나 묵묵히 참아주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곤 했다."

남편 김 씨는 "한국으로 시집 온 이상 당당한 한국인으로 권리를 인정받고 아이들과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힘들어도 짜증내지 말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서로 상의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살자"고 당부했다.

현재 중학교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는 레티탄 투엔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꼭 대학생이 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음식 중 미역국을 제일 좋아한다는 레티탄 투엔은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 시집온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실망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국문화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하나씩 배워나가며 강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다보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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