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 평화 공동체
상태바
국경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평등 평화 공동체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09.01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의 소중한 친구 ‘홍성이주민센터’


특별한 인연으로, 혹은 가난 때문에 먼 타국 낯선 나라, 대한민국하고도 홍성을 찾아온, 국제결혼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우리 주변 바로 곁에 밝고 아름답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있다. 홍성이주민센터(대표 유요열. 새홍성교회 목사)가 이러한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이주노동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이 되면 홍성군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던 이주민 여성 20~30여명이 ‘홍성군이주민센터’로 모여든다. 두 시간씩 열리는 한글학당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한글도 배우고 같은 이주민으로서 친구도 사귀는 이 시간은 이들에게 있어 배움과 쉼을 동시에 누리는 숨통 같은 시간이다.
홍성군이주민센터는 일정액의 고정적인 정부 지원금 없이 주변의 작은 도움들이 모여 꾸려나가는 단체이다. 그러다보니 사실 어려운 점도 많다.

대표인 유요열 목사는 “이주민 사업이라는 것이 대부분 이주민들을 들러리 세우고 동원시켜 모양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정으로 이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얼까 고민했었다. 결론은 이주민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이주민들이 자립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까지 30~40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마침내는 이주민 스스로 이주민센터운영까지 하도록 돕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밝힌다.



이주민센터는 이주민의 것
홍성지역사회에서 이미 잘 알려진 새홍성교회의 이러한 활동은 몇 년 전, 서서히 늘어가는 이주민들을 발견하면서부터 이루어졌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축구하며 노는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 국제결혼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하다가 ‘이주여성 한글학당’을 열게 됐으며 이들만을 위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공간을 만들자는 뜻이 모여져 2006년 9월 홍성이주민센터를 개관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 동안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올해엔 특히 충청남도 지원사업으로 진행 중인 ‘멘토가 멘티를 만났을 때’ 모임이 국제결혼부부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단지 이주여성만의 교육이 아닌 한 가정의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큰 의의가 부여돼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습득한 사례발표’와 ‘아이들의 2중 언어습득에 관한 이해’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으며 11월까지 자녀교육, 가정 소득 창출, 언어문제 등 국제결혼부부들에게 꼭 맞는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주여성 한글학당은 단순히 한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학기 종강식에서는 이주여성 스스로 만든 연극대본으로 발표를 해서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목요일 이주여성한글학당은 ‘책 읽기반’으로 전환하여 쉬운 책부터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기까지 돕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 페이지씩 외워 오는 숙제를 감당할 정도로 열의가 가득 찬 목요일 읽기반의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2011년 상반기는 다양한 행사가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지난 4월엔 기차를 한번도 타 보지 못한 이주여성들을 위해 ‘기차타기’와 ‘백화점 가보기’ 행사를 동시에 만족하는 기차타고 봄소풍가기 행사가 있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아이쇼핑도 하며 짧지만 재미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7월엔 ‘국제결혼스트레스 수다로 날려 보내자’라는 주제로 보령 개화예술공원에서 다문화 가족 캠프가 있었다. 가족 워크숍을 겸하여 모인 이날 행사에 많은 다문화 가족들이 참여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과 후원회원들이 모여 홍성군배구시합에도 참여했다. 함께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떠나서 시합을 포기하려 했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친구들이 와서 급하게 팀을 꾸려 참여했다. 생각보다 좋은 실력에 예선 통과의 희망을 가져 보았지만 연습 부족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요열 대표는 “이주민들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전에는 나와 다른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해왔지만 이러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도 이젠 넘어서게 된다. 그냥 어울려 사는 거다. 우리가 영어를 못한다고 미국에서 살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앞으론 한국말 못해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시대, 오히려 우리들이 다문화 가정의 언어를 먼저 배우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창구 필요
현재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이나 대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유 대표의 이야기다. 홍성군내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 수가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없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지원 창구가 전무하다. 이주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소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고국에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지역의 친환경농법이라든가 축산업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결국 이주민센터는 이주민들 스스로 자립하여 운영하고 끌고 나가는 기관이 돼야 하므로 이주노동자 중에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작업도 필요하다”며 앞으로 이주민들이 주인되는 이주민센터의 모습을 그려 본다.

공존과 상생, 다양함과 존중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들은 이미 가족이고 친구이다. 이제 이주민의 대변자와 옹호자였던 자리를 내어 주고 이주민들 스스로 자립적 힘을 키워 센터 대표를 맡기고, ‘이주민’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때까지, 이주민센터는 더욱 ‘이주민의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잘 그려나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