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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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깨달음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9.10.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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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다른 세상과 대면하고 신선함을 경험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충전된 에너지로 활용한다. 4박 6일간 태국 치앙마이를 다녀왔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어 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첫째는 입맛이 충족돼 행복했다. 도착 후 첫 날 아침과 저녁에 먹은 망고와 두리안은 나의 입맛을 계속 돋웠고, 5일 동안 그 주변을 빙빙 돌게 할 정도로 맛과 영양가가 최고였다. 또한 매삥강의 지류인 매땡강을 대나무 뗏목을 타고 탐사하면서 마신 코코넛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샘물이었다. 더구나 세계 3대 스프라 불리는 태국의 대표 음식인 똠양꿍은 향신료가 들어가 있었지만 매콤새콤 했고 먹을수록 그 맛에 이끌렸다.

두 번째는 동행한 지인들과 관계성이 증대됐다. 몇 년 전 함께 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매우 어색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친밀함과 편안함이 더해졌다. 아마도 함께 야시장을 구경하고, 코끼리 쇼를 관람하고, 파얍대학교(Payap Univ.)에서 함께 설명회를 듣는 등 이곳 저곳을 함께 걷고 이동하면서 삶의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이 쌓여서일 것이다.

세 번째는 영혼을 맑게 해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와 일행은 정치와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넘어온 라후족을 방문하게 됐다. 라후족은 라후르엉(노랑 라후족), 라후담(검정 라후족), 라후댕(빨강 라후족)으로 나뉘는데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라후르엉(노랑 라후족)이 거주하고 있는 시부르엉 교회였다. 이 교회는 한국교회에서 2017년에 건축한 교회로 총 70~8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었고, 여성과 아이들이 찬양에 맞춰서 율동을 통해 우리를 반겨줬다.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라후댕 교회(빨강 라후족)였다. 이 교회도 2012년 한국교회에서 건축한 교회로 120여 명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고, 두 명의 여학생들이 오카리나를 이용해 특송을 했다. 감동이었다. 더구나 라우댕 교회에서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청소년들이 이곳에 거주하면서 학교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하늘비전 마을이었다. 한국교회가 이곳에 집을 지어주고, 우물을 파주고, 스스로 생존력을 갖도록 세 마리 돼지 키우기, 재봉틀 제공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지원하고 있었다. 특히 충남도 행정부시자로 퇴임하신 유 모 장로님의 봉사활동은 필자에게 큰 도전이 됐다. 

서울대학교 최인철 교수는 여행이 행복감을 주는 큰 이유를 세 가지로 얘기한다. 첫째,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많은 경험, 특히 먹고 수다 떨고 걷고 노는 행위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활동이기 때문에 행복종합 선물세트라고 한다. 셋째, 여행은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본욕구들(유능감, 자율성, 관계)이 극대화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에 죄책감이 있었다. 그것은 일하지 않고 노는 것에 대한 불편감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얼마 후 큰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서 가져갔고 이른 새벽 시간이면 와이파이가 되는 공간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 책임감이라는 미명 아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소거시키려는 몸짓을 하였다.

여행은 현재 머물고 있는 자리를 벗어나 낮선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 발 떨어진 공간에서 나의 감각을 느끼며, 습관처럼 생각하고 느끼던 것들이 내가 정말로 원해서 한 것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기회이다. 그래서인지 평상시 내가 아닌 것 같은 일상을 통해 내 자신도 내 마음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어쩌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최명옥은 더 이상 그 최명옥이 아닌 지점이 있음을 깨닫는 여행이었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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