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재 이장님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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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이장님 〈마을 풍경〉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11.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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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17〉
이선재· 〈마을 풍경〉 · 36x26cm · 싸인펜.

이선재 문당 마을 이장님이 어르신들이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는 황토체험방에 오셨습니다. 음료수 상자를 들고 오셔서 어르신들을 격려하고 금방 가실 줄 알았는데 앉아서 계속 지켜보셨고 이틀째, 3일째에도 오셔서 할머니들이 그림 그리시는 것을 기쁘게 바라보셨습니다. 나중에는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시며 스케치북과 채색도구를 받아가셨습니다.   

‘정말 그림을 그려 오실까?’ 기대와 호기심으로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정말 그림을 그려 오셔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와 그림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림 설명을 하고 있는 이장님의 얼굴이 궁금해 살짝 쳐다보니 마스크로 얼굴이 반은 가려졌고 눈은 웃고 있었습니다. 웃고 있는 눈이 오후의 햇살과 만나 방안 가득 따듯한 기운을 퍼트렸습니다.
   
이선재 이장님의 그림은 문당리 마을 풍경입니다. 하늘 높이 태양이 떠 있고 하늘 아래 파란 오봉산이 있습니다. ‘어! 5봉이 아니라 4봉이네!’하시더니 ‘봉우리 하나를 더 그려야겠다.’고 하십니다. 여느 마을과 같이 문당리 마을도 오봉산이 마을을 지킨다는 전설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오봉산 아래 넓은 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들 가운데로 도로와 벚꽃나무길 이 나 있습니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행렬을 이루어 지나가고 들 군데군데 집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박 또박 글씨를 써 놓아 무엇을 그렸는지 알리려 한 것도 이례적이었습니다. 마치 한 장의 마을지도 같습니다.

집 옆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고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습니다. ‘감 색깔이 어둡네요!’ 하시며 안기춘 할머니가 궁금증을 드러내셨습니다. 가을 감은 빨갛게 빛을 내야 제멋인 것을 안기춘 할머니도 알고 계십니다. 이미 칠한 황토색 위에 주홍색을 덧칠해 어두워 보이는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감나무 옆에는 화덕이 그려져 있고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쓰레기를 태우니 공기가 나빠진다.’ 고 걱정을 하십니다. 외지에 나가 사시는 분들도 쓰레기를 가져와 태우는 걸 보면 속이 상한다고 하십니다. 마을이 깨끗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이장님의 마음입니다. ‘젊은이가 얼마나 성실한지 몰라요!’ 그림 설명을 마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이장님에게 안기춘 할머니가 한 말씀하셨습니다. 따듯한 햇살 같은 여운이 이장님이 나가고 나서도 한 동안 방안에 어려 있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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