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천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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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천을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3.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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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 문화활동이 스며들게 되는 것을 ‘생활문화’라고 한다. 얼마 전 충남도에서 실시한 ‘충남 2030 문화비전 슬로건 및 의견수렴’에 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문화예술분야의 정책 중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활문화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들은 또한 문화예술의 참여와 관심유도, 문화기반시설의 확충과 이용 활성화, 문화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답했다. 종합해보면 생활문화에 대한 욕구나 문화향응의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도 이와 거의 같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기반시설이나 새로운 생활문화 공간을 확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있는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방치돼있는 공간을 생활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면 다양한 대안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홍성천을 바라볼 때, 홍성천이 홍성읍 주민들의 휴식과 문화생활공간을 담당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음을 금세 알아차리게 된다. 홍성우체국을 기점으로 복개주차장까지 아름답게 조성된 산책로와 벚꽃길, 경사면에 피어나는 꽃잔디와 금계국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낮부터 밤까지 하천 주변으로 모여든다. 잘 정비된 하천 변에는 자연발생적인 소규모 문화공연도 이뤄지는 까닭에 휴식과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 하천길이 복개주차장에서 딱 막혀있다는 것이다. 이 주차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난 1993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홍성천의 동과 서를 이으며 대지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홍성 최고의 금싸라기 주차장이다. 근 30여 년 동안 홍성의 많은 차량을 떠받치며 지역경제에 이바지 해 온 참으로 고맙고 편리한 주차장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없어서 못 먹는 시대가 아니라 살 빼는 것이 새해 목표가 되는 시대다. 차가 있어도 걷거나 자전거를 즐겨 타고 다니며 돈보다 건강에 많은 공을 들인다. 홍성 최고의 공간이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것보다 주민들의 휴식이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지역을 위해서도 훨씬 이익이라는  한결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복개천의 철거는 실로 오래된 난제다. 주차대안의 해결과 인접 상권, 운영 주체의 이해가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복개천이 생태하천으로, 지역의 명물로, 아름다운 공공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지역의 복개천은 다른 곳에 비해 길이나 면적이 그리 크지 않고, 주변에 확장가능한 주차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지혜와 의견이 모아지고 절차와 계획이 세워진다면, 우리는 홍성천이라는 천혜의 자연공간을 최적의 지역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자랑거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주민들의 주거의욕을 드높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근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새로운 군청사가 들어설 옥암리에서부터 홍주의사총까지 쾌적하게 정비된 하천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산책하고 운동하고 공연을 즐기고 화려한 꽃을 감상하며 삶의 휴식을 취하는 ‘낭만과 사랑과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꿈 같은 생활공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홍성천은 다양한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숨은 자원이다. 홍성천 전체를 아름다운 생활문화공간으로 가꿀 수만 있다면, 원도심 공동화라는 말은 아마도 복개천 철거와 동시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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