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순 할머니 〈시집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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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순 할머니 〈시집가는 날〉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3.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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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30〉
이주순·<시집가는 날>·36x26cm·싸인펜.

이주순 할머니는 83세이십니다. 노래도 잘 하시고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얼마 전에 뵈었을 때는 모 방송국의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을 보며 밤 시간을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효자라고, 그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긴긴 밤에 참 심심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충남도서관에서 그림 전시회를 했을 때는 〈우리 집〉이라는 예쁜 그림을 출품하셨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주순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예쁘다’ 는 반응을 하였는데 아마도 이주순 할머니가 쓰신 색채를 보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렌지색, 분홍색, 연두색을 보기 좋게 배열하셨습니다. 큰 칸을 또 작은 칸으로 나누어 아기자기한 색채로 담으셨습니다. 

위 그림 〈시집가는 날〉은 〈우리 집〉만큼 색채가 곱고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초록색과 황토색, 하늘색과 회색을 섞어서 칠하셨습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색채가 다 떨어져서 그러셨을 것도 같습니다. 여러 어르신이 같이 계실 때 그린 그림이 아니라 댁에서 그리신 그림이라 자세한 사정은 알 수가 없습니다. 

〈시집가는 날〉은 그림 소재가 참 재미있습니다. 신랑이 앞에서 조랑말을 끌고 신부가 말 위에 앉아 있습니다. 신랑과 신부 모두 특징을 찾아 재미있고 자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푸른 색채 뒤편 하늘 끝에는 새들도 짝을 찾는지 두 마리가 입을 맞추듯 서로 마주보며 날고 있습니다. 이주순 할머니가 시집가던 날의 고운 꿈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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