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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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3.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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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

위 그림은 70대 중반의 박용준 할아버지가 그린 〈가족〉입니다. 재료는 종이와 유성 색연필입니다. 다른 분들은 얼굴을 크게 하여 표정을 그리고 있었는데 박용준 할아버지는 인물의 전신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점을 연결한 것 같은 어눌한 선이 오히려 힘 있고 박력 있게 그려진 선보다 매력 있게 보여 그리시는 것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박용준 할아버지는 또 인물에 색을 칠하지 않고 바탕에 색을 칠해 인물이 드러나도록 하였습니다. 대개는 인물부터, 중심부터 색을 칠하기 시작하는데 박용준 할아버지는 바깥부터 칠하여 가운데의 사람을 남겨 두셨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남다릅니다. 사람을 칠하지 않고 남겨두므로 할아버지가 어눌하게 그린 선이 더 잘 보이고 살아서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인물  밖에 칠한 색채가 주홍빛이어서 마치 태양빛 또는 불빛을 받으며 사람들이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물에서 광채가 퍼져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박용준 할아버지는 사람 넷을 그리고 맨 위에 네 명의 이름을 쓰셨습니다. 읽어 보니 네 사람 중 성이 같은 사람은 둘 뿐입니다. 아마도 박용준 할아버지의 부인과 딸, 외손자 둘이 아닐까 추측하였습니다. 박용준 할아버지 자신은 빼고 그리신 것입니다. 이젠 할아버지가 된 자신은 빼고 배우자와 딸, 손자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그리신 것 같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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