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은 귀농 청년의 풍성한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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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은 귀농 청년의 풍성한 한가위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09.18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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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청년 이태호 ‘홍성에 청년농부들 왓슈’ 대표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홍성 정착 후, 아버지, 삼촌, 이모라고 부르는 새 가족 생겨”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있듯 추석은 예로부터 최고의 명절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지역의 농부들, 그 중에서도 귀농한 청년 농부들은 추석을 맞아 이곳, 홍성에서 무엇을 추수했을까. 구항면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귀농 청년 이태호 대표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구항면에 있는 카페 ‘홍담’은 이 대표의 아버지가 주변에 연산홍을 심으라고 해 ‘홍담’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홍성을 담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로 귀농 3년차를 맞은 카페 ‘홍담’의 이태호 대표는 아내의 권유로 큰 고민 없이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걸 교육 받으면서 금방 깨달았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미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이 대표는 아내와 함께 무모하지만 즐거운 도전들을 하나씩 성공해냈다. “카페도 아내와 제가 10개월에 걸쳐 직접 지었어요. 한 번은 감자에 싹이 난 걸 처음 보고는 사진 촬영까지 하면서 기뻐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잡초더라고요. 나무를 옮길 때마다 굴삭기를 생각하지 못해서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냈던 경험도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농부로 거듭나며 즐거운 도전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공동체를 통해 지역 정착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비영리 단체 ‘홍성에 청년농부들 왓슈’를 조직했다. 

왓슈는 카페 홍담에서 매달 정기 모임을 갖고 청년 농부 멘토 육성, 청년 활동가 양성, 스마트팜 활용, 농업 컨설팅 등을 기획했고 지난해에는 1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홍성은 충남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농촌느낌 물씬 나는 면단위 지역과 혁신도시로 지정된 신도시가 있고, 심지어 바다도 있죠.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에요. 다만 새로운 터전을 찾아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는 청춘들이 유랑을 멈추고 정착하고 싶은 곳,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곳으로 발전한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는 홍성에서 자신을 씨앗으로 뿌려 가족이라는 곡식을 거뒀다. “홍성에 정착하고 나서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어요. 정확히 말하면 이웃들인데, 사석에서는 제가 아버지, 삼촌, 형님, 이모라고 불러요. 저를 가족처럼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만나게 됐다는 게 귀농 이후 가장 큰 수확이죠. 사람마다 인생에서 2~3번의 전성기가 있다고 하는데,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지금이 제 전성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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