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원하지 않는 ‘크린넷’ 소유권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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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원하지 않는 ‘크린넷’ 소유권 공방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1.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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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개발공사, 지난 4월 홍성과 예산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
중재 나선 충남도, 지자체 공동관리기구 조합으로 이전 주장

충남도가 966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17년 준공한 내포신도시 쓰레기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이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해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골칫거리 시설로 전락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성남 판교신도시, 아산신도시, 대전 도안신도시, 내포신도시 등 국내의 신도시를 중심으로 설립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은 지난 2009년 스웨덴의 친환경 도시 함마르비의 쓰레기 자동처리시설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국내도입이 본격화됐다. 

지역마다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 가까이 들여 조성한 시설이지만 막대한 운영비와 보수비가 투입된다는 게 알려지자 시공사와 지자체는 서로 운영권을 떠넘기며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부처에서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을 두고 관할권을 서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자동집하시설에 대한 법적근거나 소관 부처의 관리지침 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7월과 8월 박대수 국회의원과 홍성국 국회의원은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해당 의안들은 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부 입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된 시설에 대해 국고투입이 적절한지에 대한 예산편성 상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등의 이유로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주로 공동주택단지에 설치되는 자동집하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에 포함되면 해당 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기존 자동집하시설이 위법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 검토 의견을 받았으며, 각 의안들은 지금까지 발전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내포신도시에 조성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은 쓰레기 투입구가 종류별 2개로 나뉘어있지만 관로는 하나만 만들어 관로를 별도로 설치하도록 규정한 환경부지침에 저촉돼 지금은 일반쓰레기만 수거되고 있다.

특히 입주민 부담으로 투입구를 관리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다수의 아파트와 상가에서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간 10억 원이 넘는 운영비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음식물쓰레기를 포함한 재활용품, 대형폐기물 등의 쓰레기수거에 홍성과 예산은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시행사인 충남개발공사는 지난 4월 ‘생활폐기물 처리 및 자동집하시설 운영관리에 관한 기본협약서’를 근거로 홍성군과 예산군에 크린넷 시설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했지만 홍성과 예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재에 나선 충남도는 다음해 출범 예정인 내포신도시 공동관리기구 조합으로 소유권을 이전하자고 양 군에 제안한 상황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충남개발공사에 소유권이전등기를 철회하지 않으면 말소청구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분명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내포신도시 크린넷의 롤모델로 삼았다는 인천 송도신도시의 경우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연수구청이 운영비를 각각 절반씩 부담하고, 노후시설 개선비는 연수구가 25%, 경제자유구역청이 75%를 부담하기로 합의했으며 다음해 연수구로 소유권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시설의 유지·보수비용만 연간 200억 원에 달해 쓰레기차 문전수거 방식으로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아산 신도시는 LH와 아산시가 크린넷 시설을 두고 소송까지 벌였고, 대법원은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무상귀속제도가 적용되는 공공시설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자체로 소유권을 이전할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시설 조성에만 수백, 수천 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은 명확한 규정 마련과 준비도 없이 우후죽순 신도시 개발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누군가는 그 짐을 떠안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내포신도시 크린넷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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