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무형문화재 ‘각자도생’, 무관심이 키운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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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무형문화재 ‘각자도생’, 무관심이 키운 슬픈 자화상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1.18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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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으로 기획·홍보·마케팅까지… 예우 개선 필요성 제기 돼
당사자 초청해 간담회 열고 애로사항 등 목소리 귀 기울여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모무회 대장장(제41-2호)이 운영하는 홍성대장간.

홍성군이 무형문화재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종목 간 자생력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내 무형문화재는 모두 6개로, 4명의 기능보유자와 3명의 예능보유자가 존재한다. 연 1회 포구마을에서 풍어제를 올리는 무형문화재 ‘수룡동 당제’의 경우 기·예능보유자와 전수를 받고 있는 전수교육조교·전수이수자가 없지만 지승제조, 결성농요, 댕댕이장, 옹기장, 대장장 등 나머지 무형문화재들은 전부 기·예능 보유자, 전수교육조교·전수이수자가 존재해 서류상으로는 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군은 지난 2019년부터 홍성문화원에서 매년 무형문화재 작품전시회를 개최하고 있고, 매주 토요일 홍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드라이브스루 장터에서는 일부 종목 무형문화재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이응노의집’ 지승공예 체험 프로그램 운영, 역사인물축제 무형문화재 체험행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홍성문화원에서 열리는 작품전시회는 행사 개막 당일 공직자, 정치인 등 관계자들만 참석하고 이후로 관람객의 발길이 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무형문화재 체험행사나 체험프로그램은 구성이 편리한 일부 종목만 운영돼 대장장 등 체험에 위험요소가 있는 무형문화재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옹기장 무형문화재 갈산토기의 경우 숙박, 체험, 카페 등 각종 프로그램을 군이 아닌 방춘웅 기능보유자의 딸이자 전수이수자인 방유정 씨가 직접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카페 건물도 행정안전부 사업에 직접 공모해 지원을 받아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들을 군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홍성군민들보다 외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모무회 대장장(제41-2호)이 운영하는 홍성대장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A씨는 “어떤 종목은 원재료가 비싸고 실제 활용성이 떨어져 전시가 꼭 필요한 분야인데, 제대로 된 전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종목은 실용성이 있어 판매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마저도 부족해 전수를 받아야 하는 이수자도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산토기처럼 기획, 홍보, 마케팅까지 탁월한 능력을 갖춘 곳이 얼마나 되겠냐”며 “관에서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기획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관내 무형문화재 전수이수자 B씨는 “우리민족의 얼과 정신을 전승하는 것인데 관에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군에서 당사자들을 초청한 간담회조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원 전시도 관계자들만 참석하는 수준이고, 군민들이라도 지역의 무형문화재를 잘 알 수 있게 관람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회를 개최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 차원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홍보와 정성이 담긴 프로그램들이 고안되길 바라지만, 살아 있는 무형문화재에 대한 현재의 예우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고, 보조도 없이 자력으로 버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제281회 홍성군의회 임시회에서 문병오 홍성군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무형문화재를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목적에 맞는 전시장과 교육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라며 “무형문화재 전승보전과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종합전수관 건립을 추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관내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가족인 K씨는 “종합전수관이 설립된다면 군청사가 이전된 후 지금의 군청사를 활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지만 이런 시설보다도 사람들에게 스토리와 내용을 가지고 널리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성읍 주민 J씨는 “관내에서 무형문화재 관리가 그렇게 소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잘 몰랐다”며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쇼윈도 행정을 그만두고 책임 있는 행정과 정책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무형문화재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현대적인 첨단 건물을 조성해 성대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는 차원이 높은 홍보와 기획, 진심이 담긴 예우, 이들의 애로사항을 귀 기울여 청취하는 자세, 무엇보다 문화재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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