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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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머니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12.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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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35〉
김민식 <김장하기>.

김갑순 아주머니는 예전에도 언젠가 지역신문에 난 내 글을 보고 연락을 해 왔다. 큰누나의 젊은 때를 추억하는 글이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하셨다. 신문사 편집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에도 김갑순 아주머니 같았다. 전화번호를 받고서 바로 찾아뵙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마음씨 고운 동네 아주머니니 오랜만에 뵙고 싶기도 했고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큰 병치레를 하는 동안 찾아뵙지를 못하여 죄송스럽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외출을 하시려는지 현관을 나서고 계셨다. 귀가 어두우신지 잘 듣지를 못하시고 되묻곤 하셨다. 그것 말고는 예전과 별 다름없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마당 텃밭에는 노랑 국화며 빨강 맨드라미, 주황색 서광이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 ‘꽃이 참 예쁘네요.’ 내가 말했다. ‘꽃을 좋아해서 꽃할머니로 살아요.’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꽃할머니’라는 별칭이 아주머니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갑순 아주머니는 돌아가신 내 어머니와 열 살이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도 어머니와 친했다고, 속에 말을 서로 다 하며 살았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혼자 계시던 거처에도 다녀왔다는 말씀을 하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인데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고 있었구나! 부끄러움을 느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모두 고운 말씀뿐이었다. 어머니야 지식을 두고 하는 말씀이니 고울 수밖에 없었겠지만 아주머니는 나에 대해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전부일 텐데도 찬사일색이시다. 염치없고 민망했다. ‘아주머니가 계셔서 어머니가 외로움을 견디셨구나!’ 일어나 절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대문을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무랑 배추 좀 뽑아가. 다 못 먹어’ 아주머니 마음을 알 것 같아 배추와 무를 맘껏 뽑았다. 주고 싶은 마음일 테니 그저 기쁘게 받고 싶었다. ‘좋네! 주니까!’ 아주머니가 흐뭇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스르륵 밀차를 밀고 걸어 나가셨다. 어머니가 걷기 어려워졌을 때 갖고 싶어 하시던 그 밀차였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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