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할 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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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할 때엔”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2.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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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 신임 홍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공동위원장

 “위원장, 원장 등 직함 많지만 가장 자랑스러운 직함은 봉사자”
 “위기의 핵심은 ‘갑자기’, 아직 손을 놓지 않았다고 알려줘야” 
중년 여성의 우울증 예방과 자존감 회복을 위한 런웨이 기획

 

“진심으로 이 길에 들어온 건… 사실 예전의 저는 폼으로 기부했습니다.” (사)충청사람과 문화의 정윤 이사장은 부친을 통해 어려서부터 다양한 기부활동과 봉사활동을 보고 자랐다. 어른이 된 정윤도 기부 활동을 했다. 스스로에게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정 이사장이 진심으로 봉사와 기부를 하게 된 건 내포신도시에 건물을 짓고 난 후였다. “건물을 짓고 나서 큰 어려움이 생겼어요. 3년이라는 시간동안 몇 번이고 삶을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편의점에 들러 습관처럼 맥주를 사왔다. 밤마다 마시던 맥주는 하루 16캔까지 늘어났다. 그의 얼굴은 깊은 우울과 절망으로 구겨졌고 아무런 모임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하늘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육체를 굶주리게 하며 또한 생활을 궁핍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어긋나고 틀어지게 만든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인내심을 기르게 하고 어려운 일을 더 많이 해낼 능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다.(맹자-고자 장구 하편)’

우연한 계기로 맹자의 구절을 접한 정윤은 이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버텼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가끔 넘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앞으로 남은 인생, 예전의 저처럼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고 그 중에서도 충남지역이 가장 높아요. 적어도 홍성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직책을 맡기 시작했고 내포사회복지연구원, (사)충청사람과 문화 등의 단체를 결성했다. 자문위원, 예산위원, 심의위원, 위원장, 원장, 이사, 이사장 등 수많은 직책을 맡은 목적은 수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을 살리고,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구하는 단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폼으로 봉사하고, 폼으로 기부했던 CEO는 이제 ‘봉사자’라는 직함을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정윤과 뜻을 함께하는 봉사자들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 중년들을 위해 우울증 검사와 강의를 제공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홍성의 명소들을 다녀오는 ‘자신감 회복을 위한 멘토·멘티 동행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중년 여성의 우울증 예방·극복을 위한 런웨이 행사도 기획했다. 전문적인 모델 워킹 교육을 받고 아름다운 한복과 드레스를 입은 중년의 여성들은 화려한 무대에서 당당하게 걸으며 자존감을 회복한다.   

“제가 하던 일을 하는 거예요. 아예 다르거나 새로운 일은 맡을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종잇장 하나 들 힘도 없이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줘야 합니다. 위기나 취약의 핵심은 ‘갑자기’입니다. 갑작스런 실직, 실패, 이혼 등 급격한 변화를 겪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가 아직 당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알려줘야 합니다. 금방 일어날 수 있어요. 그 시기만 지켜주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 가족을 지키는 일,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의 두 뺨으로 마음에서 잉태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정윤은 지난달 홍성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신임 민간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지난 10일 센트럴타워 6층에 준비된 런웨이 무대에서는 형형색색의 한복과 드레스보다 더 아름다운 중년 여성 모델들의 워킹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에야 고칠 수 있고 마음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생각으로 달아보고 난 후에야 결심을 하고 안색으로 나타내고 소리 내어 말한 후에야 안다.(맹자-고자 장구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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