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정이 건강한 가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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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정이 건강한 가족으로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6.23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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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채우려는 한 방편으로 결혼을 선택한다. 결혼을 통해 초기 어린 시절의 문제나 결핍을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S씨는 30대 여성으로서 G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조금은 생소한 일상이 어색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결혼 후 간헐적으로 경제활동을 한 것 외에는 조직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S씨의 변화는 남편으로부터 시작됐다. 남편은 무뚝뚝하고, 말이 없으며, 무표정한 사람이다. 평생 게임으로 뼈가 굵은 사람으로, 게임과 관련된 일로 경제 활동을 해오던 중 코로나19와 맞물려 경제적 파산에 이른 것이다. 

이를 견디기 힘들었던 S씨는 우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가정의 분위기는 암흑상태가 됐다. 우울함과 절망 속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좀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오히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였고,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가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표현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딸과 장난감을 갖고 놀기도 하고, 딸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기도 했으며, 딸의 잠을 재우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기도 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아침에 같이 눈을 뜨고, 함께 식사를 했다. 가족들의 저녁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음식물 쓰레기 등을 버리며, S씨에게 함께 운동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특히 외출할 때마다 S씨가 채근을 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남편은 상담실에 가기 위해 시간을 맞추려고 본인을 채근했다. 결혼 후 이러한 행동들은 처음으로 본 모습이었다.  

S씨 아버지는 똑똑하고 잘생긴 청년으로 집안이 좋은 6세 연상의 엄마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도, 도박, 술 때문에 부모님은 만 5세 때 이혼을 했다. 이때부터 S씨는 친가와 외가를 전전하다가 만 7세부터 20세까지 새엄마와 생활을 했다. 새엄마는 S씨에게 잘 해줬지만 이복동생들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져 서운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집을 나가고 싶었다. 
그 즈음 S씨는 PC방에서 자주 남편을 만나게 됐다. 남편은 두 번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심리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아니 더 솔직한 표현은 삶의 목적이 없고 죽지 못해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S씨는 남편을 도와주고 싶었고, 힘이 돼주고 싶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남편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인즈 코헛(Heinz Kohut, 1923-1981)은 인간은 생후 초기에 건강한 자기 형성을 위해 자기 대상(self-object)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경험을 제시했는데, 첫째, 기쁨과 감탄의 눈빛으로 아이의 위대함에 반응해주고 그것을 확증해주는 양육자, 둘째, 존경할 수 있고, 전능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양육자, 셋째, 개방적이고 공감적이며, 본질적으로 자신과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양육자가 있을 때 자기 대상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의 어린 시절 결핍을 배우자를 통해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배우자로부터 생존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수치심이 형성되고, 거절감과 분노, 우울감 등을 느끼면서 자존감은 낮아지고 비일치적 생존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의존 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까지 덮어버리고, 생애 초기의 불안이 활성화되어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작업을 해야 한다. 상처 입은 아이, 화가 나서 반항하는 아이, 외롭고 우울한 아이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공감적 환경을 만들어서 어린 시절의 아이가 주 양육자를 대신한 상담자를 통해 적절한 공감반응을 경험하고, 반영된 자기를 경험함으로써, 자기 인식 및 자존감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씨는 남편에게 ‘당신은 독거노인이 될 거야’, ‘당신은 게임 때문에 가족을 잃을 것이고, 나는 술 때문에 망할 거야’라고 울부짖으며 쏟아 내던 말들을 후회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서로 존중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다보면 더 행복해질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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