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딸 이성진, 런던올림픽 금빛과녁 ‘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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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딸 이성진, 런던올림픽 금빛과녁 ‘명중’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8.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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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부모, “다부진 우리 딸, 어릴 때부터 강심장”

△ 런던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이성진 선수

△ 이성진 선수의 부모(아버지 이범웅, 어머니 김옥순)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선수들이 런던에서 금빛과녁을 명중시키며 전 국민에 금메달의 기쁨을 선사한 가운데, ‘돌아온 명궁’ 이성진 선수의 고향집은 잔칫집 분위기에 휩싸였다. 동네 어귀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으며, 하루 종일 축하 전화와 인터뷰 요청, 방문객들의 발걸음으로 정신이 없다며 현재 홍성읍 소향리에 살고 있는 이 선수의 부모는 기쁨을 한껏 드러냈다.

홍주초등학교 4학년 시절, 처음으로 활을 잡았던 이성진 선수는 홍성여중과 홍성여고를 거치며 양궁선수로서 대성한 홍성의 딸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김옥순(50)씨는 “국민 여러분이 잠도 못 자고 응원해주셔서 우리 성진이가 그 보답으로 금메달을 딴 것 같아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이범웅(51)씨는 “성진이는 어려서 욕심도 많고 오기도 있고, 본인이 맘을 먹으면 어떻게든 그 일을 이뤄냈어요. 워낙 다부진 아이라 잘해낼 거라 믿었어요”라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빛 과녁을 명중시킨 이성진 선수는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에 19살의 나이로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양궁을 이끌어 갈 재목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그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세계 최고의 여궁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입은 어깨부상으로, 진통제를 맞는 투혼을 발휘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선발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탈락, 이후 수술과 2년에 걸친 긴 재활치료가 이어졌다.

어머니 김 씨는 “어려서부터 성진이는 참을성이 많고 사려깊은 아이였어요. 부모가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혼자 묵묵히 재활의 시간을 견뎌내더군요. 이번 메달 획득은 재활 이후 예전의 제 실력을 되찾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성진 선수의 훌륭한 실력 뒤엔 물심양면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의 깊은 믿음과 응원이 있었다. 특히 아버지 이 씨는 이 선수의 대회마다 경쟁 선수를 분석하고, 예상 대진표를 작성하는 등 양궁에 있어서는 전문가 이상의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아버지 이 씨는 “성진이가 중학교 때 기록이 좋지 않아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함께 달리기도 하고, 주말이면 용봉산에 오르기도 하는 등 격려와 대화로 용기를 북돋아줬어요. 워낙 속이 깊은 녀석이라 금방 자기 자리로 되돌아 오더군요”라며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성진이 어려서는 가정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함께 살았죠. 양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책상 앞에 알록달록 색연필로 ‘나의 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라고 써서 붙여놓고 틈만 나면 나중에 금메달 따면 엄마한테 예쁜 이층집을 지어 주겠다고 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결국 자신의 꿈도 이루고 이층집을 지어주겠다던 그 약속도 지켰어요. 기특하고 고마운 효녀”라고 어머니 김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이 선수 부모는 딸의 대회 기간에는 되도록 외출도 삼가고 마음을 경건하게 하려고 노력한단다. 또한 새벽마다 부부가 함께 동네 절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선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성진이와 같은 심정으로 가슴을 졸이면서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 밖에요. 지켜보는 사람도 이렇게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본인은 얼마나 긴장을 할지 너무 안타까울 뿐이죠”라고 전했다.

길었던 재활의 시간을 지나, 지난 2월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돌아온 명궁으로 우뚝 서면서, 홍성군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선수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당당히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이번 런던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긴 시간 동안 계속됐던 이성진 선수의 땀방울은 물론, 그 곁에서 이 선수의 어려운 재활을 지켜줬던 가족들의 눈물이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징크스가 있다며 딸의 대회 중엔 수염도, 머리도, 손톱도 깍지 않는다는 아버지 이 씨의 덥수룩한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간절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지난달 30일 김석환 군수는 이성진 선수 부모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며 개인전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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