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생활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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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생활양식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2.29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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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이다. 신체적으로 매우 왜소한 H는 아침에 눈을 뜨면 일터로 가서 야간근무를 하던 분과 교대를 한다. 기계나 물건에 하자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 꼼꼼히 체크하고,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토토를 한다. 스포츠 토토를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버지는 H를 지적하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H 사이를 중재하려고 애쓴다. 어머니는 최근 스포츠 토토로 발생한 카드 값 3천만 원을 아버지 몰래 갚아주셨다. H의 도박 성향을 치료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시던 중, 어머니의 권유로 H는 상담실에 왔지만 스포츠 토토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H는 어린 시절 평범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몸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소년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3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보니 동급생 친구들과는 소원해졌고, 심심해하는 H에게 부모님은 스마트폰을 선물해주셨다. 병원에서 유일한 놀이 대상은 스마트폰이었다. 더구나 H가 병원에서 투병생활 중 아버지도 위암이 발견돼 위층 병동에서 투병생활을 하셨다. 2~3년 동안 가족들은 우울과 불안감이 컸지만 치료를 잘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H에게 검정고시 준비를 권면하셨고, H는 합격증으로 보답해 드렸다. 이후 어머니는 H에게 E고등학교와 E대학교에 입학을 권면하셨다. 원치 않았지만 입학과 졸업을 통해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렸다. 졸업 후 중소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어머니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권면하셨고, H는 또 어머니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H의 어머니는 우울감과 불안감이 큰 편이다. 모가 7세 때 조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조모와 떨어져 증조모와 생활하면서 동생들을 보살피며 학교생활을 했다. 그렇게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후 성인이 돼 남편과 결혼을 결정할 때 건강을 가장 우선순위로 뒀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아들과 남편이 암 선고를 받았다. 절망이었고,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 현재 완치됐지만 재발할까봐 불안감이 크다. 아들이 떨어져 혼자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자신과 함께 생활하면서 남편의 일을 돕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아들을 권면해 시골에 내려오도록 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을 볼 때마다 죽음의 공포심이 순간순간 올라온다. 그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돌봄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발휘해 아들을 지원한다. 

정신의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열등감과 보상이 생활양식의 근본을 결정한다고 했다. 생활양식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 대한 스스로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선택한 고유의 독특한 형태를 의미한다. 개인의 세계관, 특수성, 습관 등으로 이뤄지며 자아개념, 가치관, 태도 등을 포함한다. 이 생활양식에 따라서 삶의 장애물 극복 및 문제해결 등으로 삶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생활양식의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첫째, 부모가 강압적인 지배와 통제를 하는 독재형(Ruling type)이다. 둘째, 부모가 지나친 과보호, 과잉 양육으로 자녀를 양육할 때 나타나는 기생형(Getting type)이다. 셋째, 부모가 수시로 자녀의 기를 꺾고, 다혈질형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회피형(Avoiding type)이다. 넷째, 부모가 과도한 양육으로 치우지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양육형인 사회적 유용형(Socially useful type)이다.

모는 H를 과보호하는 양육을 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H가 자신의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시골에서 성실하게 일만 하기를 바란다. H는 부모의 요구에 순응하면서도 자유와 즐거움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스포츠 토토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행산업은 경마, 경륜(자전거), 경정(모터보트),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 토토), 강원랜도 카지노, 각종 복권, 로또 등이 있다. 특히 스포츠 토토는 우연놀이와 도박 사이에 존재하면서 우연놀이의 성격이 강하지만 언제나 도박으로 빠질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 그래서 둘 사이의 경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혈액암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직면하면서 통증과 관계 단절, 신체적인 변형 등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카르페디엠(오늘 하루를 의미있게)이라는 열망이 강하게 내재된다. 곧 오늘 하루에 충실할 뿐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래, 삶에 대한 불안함이 현재, 이 순간을 더욱 즐기고 싶은 보상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H는 스마트폰 이용 관련해 시간이나 조절, 도박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미래는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자는 H가 놀이와 도박 사이의 경계(거리두기)를 잘 조절해 건강한 생활태도로 멋진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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