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어 더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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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어 더 좋은 것
  • 한건택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2.2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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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답사나 관광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 현장에서 활동하는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정작 문화유산에 관심은 있는데 접근하지도 못하고 자기 의사와는 다르게 외면을 해 버리는 초보자들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이다. 박물관이나 전시장 등 문화유산 현장에서 “해설을 해드릴까요?”라고 물으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며 대충 보고 나가는 분들을 보면 정말 괜찮은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혼자 오신 분이 용기를 내어 “혼자 왔는데 해설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하시는 분들에게 친절히 해설을 해주고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모 농협의 주부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문화유산을 어떻게 설명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 손에 낀 반지를 빼 보이며 설명을 했다. 

“다이아몬드도 없고 볼품없는 이 반지의 가격은 얼마로 보이나요? 여러분은 이 반지를 나름 얼마짜리라고 계산을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한테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반지입니다. 이유는 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끼고 계시던 반지이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게 남겨주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유산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문화유산은 국보나 보물이라고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문화재는 소중하고,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는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문화유산은 돈으로 계산을 할 수가 없는 소중한 것, 이 땅에 살던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 준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옛것이 누구에게는 억만금보다 소중하게 생각될 수 있는 것이 문화유산입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한 개인의 것도 아니고, 또한 국가의 소유도 아닙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소중히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문화유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 갖혀 지내다가 이제는 야외로 나가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정상 멀리 못 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단거리 여행도 가능한 우리 홍성 주변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가?

홍성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내포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에는 용봉사와 그 외 불교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결성의 청룡산에는 고산사와 불교문화재가 있다. 홍성에는 홍주의병의 성지인 홍주읍성과 결성읍성이 있고, 백월산과 용봉산 그리고 장곡 등에는 산성도 있다. 홍성 노은리고택, 사운고택, 김우열가옥, 전용일가옥 등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 공간이던 고택문화재도 있다. 그리고 홍성만의 자랑인 최영, 매죽헌 성삼문, 남당 한원진, 지산 김복한,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 고암 이응노 같은 위대한 인물 관련 유적이 홍성 전역에 있다.

최근에 홍성군의 노력으로 홍주읍성에는 여가문화 공간이 조성됐고, 한용운 선사 생가지에는 만해역사공원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홍성군청이 이전을 하면 홍주읍성은 더 큰 변화를 가지고 홍성군민과 관광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홍성군은 문화유산과 관련해 많은 기반 조성에 역점을 기울여 왔다.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의 의견을 들어보면 홍성은 대단히 많은 문화유산적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작 우리 홍성군민이 홍성의 문화유산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홍북읍으로 이주를 하신 분들 상당수는 홍성의 문화유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홍주성역사관에서 만난 어떤 분은 20년 정도 홍성에 살고 있는데 홍주읍성과 홍주성역사관에 처음 오셨다는 분도 볼 수 있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2023년에는 홍성에 있는 가까운 문화유산부터 찾아보고 알아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홍성군과 문화재 활용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홍성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일차적으로 홍성군민과 공유하면 더 많은 군민들이 홍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홍성군민도 우리 지역 문화유산을 돌아보고 좋은 콘텐츠를 생각해 추천을 하면 더 나은 홍성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 홍성의 문화유산은 우리 가까이 있어 더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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