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로 만든 집밥 같은 맥주를 만드는 ‘이히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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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로 만든 집밥 같은 맥주를 만드는 ‘이히브루’
  • 이연정 기자
  • 승인 2023.07.29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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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개성과 자신들의 확고한 가치관을 담은 시그니처 맥주를 내세우는 브루어리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맥주 양조장을 직접 건축하고 브랜드 디자인을 설계하는 등 시장에 나와 있는 유명 맥주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맥주 양조장 ‘이히브루’가 지난 7일 홍동면 구정리에 문을 열었다.

웃음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이자 독일어로 ‘나’라는 뜻의 ‘이히’에 ‘양조’라는 뜻의 영어 ‘브루(brew)’를 붙여 만든 이름 ‘이히브루’ 남경숙 대표와 이연진 양조사에게 정성 가득한 자립형 수제 맥주를 만드는 ‘이히브루’는 어떤 곳인지 물어봤다.

먼저 지난 2009년 홍동면으로 귀농하면서 터전을 잡았다는 남 대표는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귀농을 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이 자립이었어요. 우리 부부가 농부로 홍성에 살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직접 농사짓는 농산물로 가공을 해봐야겠다 생각을 한 거죠. 종자부터 시작해 수확하기까지 작물을 키워가는 것처럼 저희 부부가 평소 즐겨먹던 맥주를 통해 자립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독일 베를린에서 맥주 공부를 하고 오신 귀농 선배님의 가르침으로 집 부엌에서 시작했던 맥주 양조가 계기가 돼 맥주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대산농촌재단의 소농 농가공 연구 과제에 공모해 연구하면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맥주 양조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이 흐른 거예요.”
 

남 대표는 맥주를 시중에 내놓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양조장으로 신고는 2022년에 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검사가 나오는 인허가 최종 절차는 올해 3월이었어요. 제주도에 있는 국세청 산하기관인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주류 제조 시설 평가를 받고 식약처에서 식품 안전 검사를 받았어요. 술을 제외한 식품은 군청에서 관할하지만 주류는 식약처 관할이거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판매를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 뒤 제품이 나왔을 때 다시 또 주류면허지원센터에 보내 주질 감정을 받지요. 이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테스트를 받는 거예요.”

이어 이연진 양조사가 양조장 설비를 갖추며 겪은 어려움을 말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한 설비 자체에 기준이 있어요. 적정선의 용량을 갖춰야 하고 그 용량을 갖추기 위해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이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했어요.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해결돼 여기까지 온 거죠.”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출시된 맥주는 쌀을 주원료로 한 ‘비온 뒤’와 보리를 주원료로 한 ‘어스름’, 그리고 지난 22일 새로 출시된 밀을 주원료로 한 이히브루의 세 번째 맥주 ‘별숲’이다.

토종쌀 조동지를 넣어 만든 골든에일 ‘비온 뒤’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은은한 꽃향과 허브향을 느낄 수 있는 이 맥주의 이름은 비가 온 뒤 마시면 제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붙인 이름이다.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러워 탄산이 부담스러운 이에게 제격인 맥주이다.

국산 보리 맥아의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페일에일 ‘어스름’은 열대과일, 감귤류의 향이 어우러져 씁쓸한 맛이 잘 구현된 맥주이다. 어스름한 저녁 빛이 낮게 깔리고 찬찬히 어둑해지는 하늘을 보며 마시기에 좋은 맥주로 ‘어스름’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맥주를 컵에 따랐을 때 풍기는 과일향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맥주로 씁쓸한 맛을 즐기는 이에게 추천한다. 

스펠트밀과 유자 껍질, 카모마일, 고수 씨앗을 넣어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좋은 밀맥주 윗비어 ‘별 숲’은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거품, 경쾌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다. 흰빛의 맥주 색깔은 마치 밤하늘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별을 보는 듯 황홀감에 빠지기에 충분하다. 
 

남 대표 부부의 맥주를 처음 선보인 곳은 마르쉐 농부시장이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 장터는 쓰레기 없는 문화라는 주제로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을 이용한 식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이히브루의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마르쉐에서의 완판을 시작으로 제로웨이스트 숍인 서울의 ‘더피커’, ‘노노샵’, ‘1.5도씨’에 납품 중이며 친환경 음식점인 ‘꽃밥에피다’에서도 남 대표 부부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서울에서 납품 중인 곳들은 마르쉐 농부시장에서 알게 된 곳이라고 했다. 홍성에서는 ‘풀무학교생협 자연의선물가게(010-9016-8948)’과 ‘동네마실방 뜰(041-631-3318)’에서 판매 중이다. 

이 양조사는 공병 재순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대규모로 이용돼 재사용 체계가 잘 잡혀있는 규격화된 맥주병과 달리 작은 양조장의 맥주병은 그대로 재사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유리로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재활용을 위해 부서지고 다시 성형을 하는 에너지가 또 들어가지요. 이히브루는 농사와 같이 맥주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순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장으로 다시 돌려받고 있습니다. 서울로 납품 중인 곳은 직접 수거도 다니고 있고요.”

환경을 생각하는 이히브루 양조장은 볏짚과 흙으로 만들어졌다. 양조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볏짚 향을 바로 맡을 수 있었는데 맥주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효모를 조금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직접 건축했다고 한다. 남 대표 부부의 가치관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히브루의 수제 맥주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홍성을 넘어 충남,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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