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그림 그리기 활동장에 들어서는데 안마의자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 한 분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셨습니다. 고개로 안쪽을 가리키며 “저이들은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이러고 있네요!” 하셨습니다.
방안에는 어르신 세 분이 고개를 맞대고 앉아서 뭔가를 열중하여하고 계셨습니다. 한 분은 일기를 쓰고 계시고 또 한 분은 그림을, 다른 한 분은 두 분이 하시는 것을 보고 계셨습니다. 마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동들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성실’이라는 덕목은 어르신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매번 그림 한 장과 일기 한편을 써 오시는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한 번에 여러 장을 그리시거나 여러 편의 글을 열성적으로 쓰시지는 않지만 빠트리는 법은 없었습니다. 댁에서 다 하지 못 했을 때는 활동장에 일찍 나오셔서 상을 펴놓고 하셨습니다. 그걸 보고 다른 어르신들도 함께하시거나 지켜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항상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였습니다.
성실한 어르신이 그리는 그림과 글은 생활모습처럼 진솔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걸렸을 때 선물 받은 꽃〉, 〈우리 집 현관에 있는 꽃〉, 〈우리 집 공작선인장〉, 〈부처님 오신 날에 갔던 절〉과 같은 제목처럼 어르신의 생활현장에 있는 것들을 사랑의 눈으로 그리신 것입니다. 그림 옆에는 또박또박 제목을 적어 놓으셨습니다.
어르신을 통해 설명을 들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현장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도록 상세히 전달해 주십니다. 짧은 글 속에는 어르신의 내면을 가감 없이 담아 놓으시는데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고 액자에 담아 걸어 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산문이기 보다는 한 편의 정직한 시이며 고백 같습니다. 성실하신 어르신은 덕분에 순수한 마음과 자유로운 마음, 자애와 너그러움에 대해 배웠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