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권 포기와 측근 비리 척결에 사활 걸어 문재인, 정당책임정치 강조·중앙당 권한 약화 방점 안철수, CEO 출신답게 의회권력의 축소와 효율성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 중에 하나가 정치쇄신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과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협오감이 늘어나면서 생긴 것이 바로 '안철수 신드롬'이다. 이 신드롬은 이제 강풍이 되어 유력 대선 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국민 앞에 서게 만들었다.
또한 정치쇄신은 경제민주화·복지와 더불어 세 후보의 공통된 과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힘들면서도 신경 써야 하는 분야다. 사실 이번 대선은 큰 국책 공약이라든지 정국을 가르는 공약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별다른 공약이 없는 대신 목표는 비슷하게 설정했다.
정치쇄신에 대한 공감대는 세 후보 모두에게 있으며 이에 정치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 분야의 대선 공약을 점검해봤다.
정치쇄신은 국민적 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은 차기 정부에게 경제민주화·복지와 더불어 정치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쇄신은 그야말로 시대적 요구다. 때문에 세 후보 모두 정치쇄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대로 된 정치쇄신안을 내놓게 되면 모든 이슈를 잠재울 수 있는 동시에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는 다소 차이가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권력분산'과 더불어 '측근 비리 척결'에 방점을 뒀다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중앙당 권한 약화'에,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의회권력 축소와 효율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의회권력에 대해서는 특권을 내려놓는 수준의 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측근 비리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문 후보는 의회권력은 오히려 강화시켜서 책임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중앙당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의회권력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를 볼 때 단순하게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회권한 자체의 효율성과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 박근혜, 개헌론·측근비리 근절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정당의 밀실공천 폐지, 대통령 측근비리 근절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잘못된 정치야말로 국민 행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며 "정치쇄신 목표는 정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복원하고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치쇄신안에는 △정당개혁 △국회개혁 △민주적 국정운영 △깨끗한 정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단 공천 쇄신으로, 국민참여 경선으로 이야기되는 상향식 공천과 함께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쇄신안을 내놓았다. 또한 대선 후보가 대선일로부터 4개월 전에 확정되는 법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의 신뢰회복을 위해 공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 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례대표 공천에도 밀실공천을 없애고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까지,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 4개월 전까지 확정할 것을 법으로 정하겠다"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받은 사람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 30배 이상의 과태료를 물게 하고 공무담임권 제한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해 실질적인 근절을 이루겠다"고 했다.
아울러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공개 기간을 4년으로 늘리겠다"며 "부정부패를 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재·보궐 선거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특히 국회 개혁과 관련해 "국회 윤리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권한을 주어 시민들이 국회 윤리규범을 바로잡도록 하겠다"며 "선거구 획정의 자의성 방지를 위해 출마당사자가 아닌 100% 외부인사에게 맡겨 게리멘더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 폐지를 추진하며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예산·결산 심사를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사문화되어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하고, 장관에게도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하겠다"며 "탕평인사로 여야를 떠나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겠다"고 설명했다.
깨끗한 정부에 대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겠다"며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가 추천하도록 하고 조사권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설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함으로써 현행처럼 사안별로 특별검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공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무원 직무수행과 관련된 사익추구는 철저히 금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제시한 과제들은 법률은 물론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도 있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 선거용의 정략적 접근이나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시한부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그동안 박 후보의 정치쇄신 의지와 비교를 해봤을 때 별로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의 모습과 함께 비리근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4년 중임제 개헌을 제기했다는 것을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야권 단일화에 대항하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야권 단일화 이슈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한 대선 정국은 야권 단일화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야권 단일화 이슈를 깨부술 수 있는 그런 이슈가 나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는 개헌 카드를 꺼내든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당초 박 후보 캠프에서는 박 후보가 개헌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개헌이 정치쇄신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결국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결국 개헌 이외에 다른 정치쇄신안은 현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깨끗함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 혹은 비례대표 공천의 공정성이나 측근 비리 척결 등을 살펴보면 깨끗함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은 현 시스템을 바꾸는 그런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다면 박 후보는 개헌을 제외하면 현 시스템에서 얼마든지 쇄신할 수 있는 그런 안을 제시한 것이다.
■ 문재인, 계파별 나눠먹기 철퇴?
문재인 후보는 중앙당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문 후보는 "중앙당에 집중된 권한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과감히 이양해 분권화함으로써 민주화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난 총선 때 국회의원 공천이 상당 지역에서 시민경선으로 치러진 바 있는데, 이를 발전시키면 의원 공천권까지 시도당으로 이양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비례대표자 공천권도 해당 권역에 이양할 수 있다"며 "물론 이를 위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려 대거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중앙당의 정치결정권은 대폭 줄게 들고 정책기능 중심이 된다"며 "정책 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의 30%를 정책 기능에 쓰도록 돼 있는 부분을 준수하고, 당 정책연구원을 독일(사민당의 싱크탱크인) 에버트 재단처럼 독립기구로 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당 권한이 정책 중심으로 전환된다면 당 지도부의 구성·선출방식도 지금처럼 과다 비용이 소요되는 방식,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공천이 계파별 나눠먹기식으로 되는 부분을 원천적으로 탈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을 제대로 혁신하려면 당원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재 지역위원회 중심의 당원구조를 △지역위 △직장위 △대학위의 3원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의회권한의 강화로 인한 책임정치 구현이다. 하지만 기존처럼 중앙당 권한이 무작정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앙당의 권한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책임정치를 구현하면서도 중앙당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지역 여론이 반영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앙당 권한 약화 등과 같은 정치쇄신안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계파 정치도 없애는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당의 정책기능이 강화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 대표 등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무총장 직이나 대변인 직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중앙당의 권한이 강화된 이유는 사무총장과 대변인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당의 살림을 관장하는 직이 바로 사무총장이다. 또한 중앙당의 여론을 형성하는 곳이 바로 대변인이다. 즉, 살림살이와 입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중앙당의 권한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 기자는 "대변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결국 당론을 만드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명 한명의 여론이 소중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대변인이란 제도 때문에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며 "때문에 대변인 제도를 없애야만 중앙당의 권한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중앙당을 아예 폐지하지 않고, 존속하는 방향의 정치쇄신이 이뤄진다면 결국 중앙당은 또 다시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중앙당 권한이 약화된다면 원내대표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중앙당의 정책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문 후보는 정치쇄신안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평가다.
■ 안철수, '돈 넘는 하마, 의회 뜯어고쳐야'
안철수 후보는 의회권력의 축소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수 축소, 중앙당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등이다. 안 후보가 이 같은 정치쇄신안을 내놓은 이유는 의회권한이 축소되는 대신 직접 민주주의를 가미시켰기 때문이다. SNS와 인터넷 발달 등으로 인해 직접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서 사실상 의회의 권한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안 후보 측은 판단이다.
문 후보가 의회정치의 중요성과 함께 정당책임정치 등 간접 민주주의의 강화를 부르짖었다면 안 후보는 의회정치가 그동안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의회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대신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를 가미시키는 선상에서 마무리를 하는 정치쇄신안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안 후보의 정치쇄신의 최종 목표는 의회권력의 축소와 더불어 행정부 권력의 축소이다. 즉, 의회권력만 축소를 시킬 것이 아니라 행정부 권력도 함께 축소를 시키는 것이 정치쇄신의 핵심이다. 때문에 의회의 권한 축소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안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기존 정치권이나 정치학자들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기존정치 구도로 볼 때는 수용 불가능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의 시각으로 본다면 실현 불가능한 정치쇄신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1명만 있는 안 후보로서는 법안 개정까지 해야 하는 그런 정치쇄신안은 실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국민을 등에 업는다고 해도 기득권의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쇄신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쇄신안?
이처럼 세 후보 모두 정치쇄신안을 내놓았다. 어떤 쇄신안은 새로운 것도 없고, 어떤 쇄신안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후보들의 의지이다. 즉, 화려한 정치쇄신안 보다는 결국 실현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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