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운동권 정치인들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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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운동권 정치인들의 허상
  • 이상권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12.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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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활동하던 운동권 인물들을 386운동권이라 불렀고, 그들의 연령이 주로 50대 중후반이 되자 586이라고 부르다가, 일부가 60세를 넘어서게 되어, 이제는 그저 86운동권이라고도 한다. 그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건, 나는 그리 관심이 없지만, 한 가지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86운동권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경제에 관한 한 1960년대부터 정부가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개발정책을 내어놨고, 그 정책을 충실히 수행한 대기업이 전면에 나서서 경제분야의 선진화에 각별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뼈저리게 잘 먹고 잘 살아보고 싶었던 노동자들의 헌신과 부자가 되고 싶은 중소기업가들의 욕심이 나라 경제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했다. 20세기 후반 대한민국의 발전은 국민 각자가 헌신한 분야와 기여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물론 정치적 후진성이나 경제적 과실의 편중성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 이는 별론으로 한다. 

이러한 경제발전의 토대 위에서 1980~90년의 민주화운동 또한 꽃필 수 있었다. 그 무렵이 되어 경제가 안정되자 노동자, 지식인, 종교인,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계층과 정치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의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회를 꿈꾸게 됐고, 그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당시의 민주화운동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86운동권 출신들이 국가경제적으로는 아무런 기여를 한 바가 없지만, 군사독재 타도에 크게 공헌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학교와 노동현장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 침투하여 활동하던 좌파 세력들로부터 민주화라는 명목의 좌경화 교육을 받았고, 일반 노동자들에게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좌경화 교육을 시켰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민주주의라 하지 않고 ‘부르주아 독재체제’라고 불렀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던 이상사회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지배하는 북한이나 소련같은 공산주의 국가였을 뿐이다.

노영희라는 변호사는 지난 2020년 7월 13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현해 백선엽 장군에 대해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서 총을 쏴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현충원에 묻힙니까?”라고 일갈했다. 최근 권칠승이라는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원일 천안함 함장에 대하여 “무슨 낯짝으로…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천안함 폭침으로 장병들이 사망한 사건을 최원일 함장의 잘못으로 돌렸다. 

또 어떤 사람은 ‘내가 집회를 하다 전경들에게 맞고, 감옥에 끌려나갈 때 너는 무엇을 했느냐?’라고 호통을 친다.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사는 문제에 힘을 보탰던 사람들은 민주화운동을 한 자신들 덕분에 민주주의사회에서 살 수 있었으니, 자신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것이다.

운동권이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지내는 자신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그분들의 덕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의 판단기준이나 판단능력이 아직까지 286이나 386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룩한 모든 것은 갈등과 투쟁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협력을 모르고, 이대남과 이대녀를 가르고, MZ세대와 기성세대를 가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자는 친일파, 일베라고 낙인찍으며 손가락질하고 좌표를 찍어서 물어뜯는다.

박근헤 대통령 탄핵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고,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정치체계 및 사법체계가 이제 자유민주주의로 완성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검찰독재, 검사탄핵을 외쳐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세력 간의 갈등과 투쟁이 아니다. 

제3의 물결이나 세계화라는 단어들은 흘러간 세월 속에 묻혀 버린지 오래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반도체는 이미 첨단산업이 아닐 수도 있다.

더 이상 86운동권을 포함한 한국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에 매몰돼 정권의 취득과 유지에만 골몰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정자정야(政者正也)’. 공자는 “정치란 바른 것이다”라고 했다. 정치의 최종적인 목표는 국민과 국가의 행복과 미래를 고민해 정책을 발굴해내고 실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정치가 바른 것이다. 정치인들 특히 86운동권들이 진정으로 멋진 정치세력이 되고자 한다면, 그들만의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보다는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추구해야 하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여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추구하는 정치문화의 정착에 분골쇄신의 정신으로 몸 바쳐 바른 정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상권 <변호사, 전 국회의원,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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