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광마을 늦깎이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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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광마을 늦깎이 학생들의 ‘새로운 도전’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4.01.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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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에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한글… 새로운 삶의 활력소
1년간 문해교육 후 홍성군수에 감사의 편지 전달하기도

구항면 청광리 청광마을 김정숙(80), 이금분(87), 이종을(85) 어르신이 ‘초등학력인정’ 한글 교육에 참여하며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매주 3회 1일 3시간씩 진행되는 문해교육에서 어르신들은 만학도로서 한글을 배우며 그 즐거움에 푹 빠져있다. 

홍성군이 지난해 진행한 초등학력인정 1단계(1~2학년 수준) 교육을 통해 1년 간 문해교육을 이수한 세 명의 늦깎이 학생들은 지난 9일 홍성군청 군수실을 방문해 어려운 학습환경 속에서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 준 홍성군과 문해교사들에게 편지를 전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이용록 군수는 어르신들의 손편지에 응답하며 “문해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며 문해교육이야말로 평생교육의 꽃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며 “배움에 있어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이 특별한 순간 자신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감사의 뜻을 편지로 표현하며 문해교육이 주는 소중한 경험에 대한 감사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전한 세 분의 어르신들은 한글을 배우며 느낀 성취감과 소감을 밝혔다.
 

■ 김정숙(80) 어르신
한글을 배우는 데 한가지 요령이 생겼어요. 선생님한테 배웠던 글자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다시 노트를 뒤적여 찾는 과정 속에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죠. 그때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도 해줘서 어깨가 으쓱합니다. 지난해 11월 ‘제8회 충청남도 문해 한마당’에 출전해 충남교육감상을 탔어요. 그때 많은 청중 앞에서 제가 쓴 글을 생애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충남대표로 낭독하는 기회도 갖게 돼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어요.



 

■ 이금분(87) 어르신
팔도 아프고 몸이 불편한데 한글을 배우면서 심신의 고통도 잊게 돼 행복해요. 때로는 생활 속에 갈등도 있게 마련이지만 삶의 시름을 잊는 방법은 선생님과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죠. 한글을 열심히 배워 군청이나 면에서 보내오는 공문서를 자유자재로 읽는 것이 바램이에요.





 

■ 이종을(85) 어르신
 ‘내 나이 80을 훌쩍 넘긴 이때 한글을 배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나 됐다니 감회가 새로워요. 아들과 딸이 응원해 주고 선생님이 친절하게 가르쳐 줘 너무 감사하죠. 자유자재로 한글을 쓰게 되면 하늘나라에 계신 남편에게 편지 한 통을 쓰는 것이 소원이에요.






세 어르신의 한글 선생님 이희자 교사는 “지난해 홍성군평생교육관 김지수 주무관과 함께 어르신들에게 한글 교육을 권유하기 위해 초등과정 졸업식에 함께 참석했었다”면서 “구연동화 봉사활동하면서 친해진 어르신들께 한글을 배우면 노년에 치매도 예방된다면서 젊어서 가정 형편으로 배우지 못한 한글 교육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교사의 권유에 세 어르신은 문해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김정숙·이금분·이종을 어르신들은 “한글 교육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펼치게 돼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한편 홍성군은 올해 초등학력인정 1단계(1~2학년 수준) 및 중등학력인정 1단계(1학년 수준)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 프로그램은 홍성군이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한 군민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가정방문 문해교육, 찾아가는 문해교육, 학력인정 문해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군민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군은 오는 2026년 군립 학력인정 중·고등학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해학교 졸업식-김정숙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금분
딸의 전화-이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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