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에 남자, 여자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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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에 남자, 여자 따로 있나요?"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12.06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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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성역 허무는 당찬 주부들의 파워
한국폴리텍홍성캠퍼스 1학년 주부 3인방

남성들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전기설비 분야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주부 3인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학장 정인화․이하 홍성폴리텍대학) 전기계측제어과에 재학 중인 박은혜(31), 차경화(39), 김선희(40) 씨는 8개월 전만해도 전업 주부로서 한 가정의 엄마와 남편을 내조하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지금은 평생 기술을 익혀 평생 직업을 갖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다.
홍성폴리텍대학 1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3인방을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코끝 매운 초겨울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분주한 월요일이었다. 2012학년도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시험 준비에 한껏 긴장해 있는 늦깎이 학생들에게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가정과 학교수업, 사업 등을 병행하는 여성 3인방의 경우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험기간에 겪는 부담감이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녀들은 2~3명의 자녀를 키우며 학과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남편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대학교 생활에 도전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박은혜 씨의 경우 일찍이 일반 대학교를 졸업하고 배우자와 함께 공부방을 운영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기술만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폴리텍Ⅳ대학 홍성캠퍼스 입학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차경화 씨와 김선희 씨는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남편이 운영하는 전기관련 사업을 돕기 위해 도전장을 낸 파워 우먼들이다. 특히 차 씨와 김 씨는 현재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1년 후 전기산업기사, 전기공사산업기사 취득을 목표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세 여성 모두 나이로 따지면 기성세대이지만 젊은 세대 못지않은 호기심과 열정으로 학생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지난 봄 학생 체육대회에서 릴레이 계주, 줄다리기 등 각종 행사에서 젊은 남학생들보다 더 열정적인 참여로 어린 동기들에게 솔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1학년 재학생 중 유일한 여성 학우들로써 화기애애한 교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이 여학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여성휴게실'을 별도로 만들었다고 하니 여성3인방이 이끌어내는 미풍이 학교의 소소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이다.

한편, 그녀들은 각각의 동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20대 초반의 기존 학생들과의 교류, 교과과정에 대한 적응 등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선희 씨는 "처음에는 주5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찼다. 10개 수업과목에 대한 시험 준비라도 할라치면 집안일, 직장일과 함께 병행하기가 무척 힘들어 고생을 했었다"며,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도전한 만큼 남에게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위로받기 보단, 하루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사실 걱정할 시간도 부족했다"고 우스갯소리로 지난달을 되뇌였다.
3명의 자녀를 둔 차경화 씨는 "아이들이 각각 초․중․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데, 엄마까지 대학교에 다니는 상황이라 '우리는 1학년 가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큰 아이들과 남편은 각자의 일을 알아서 해결하지만 어린아이는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가끔 그 부분에 미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김선희 씨는 "남편이 없었다면 사실 대학생활을 시작할 엄두가 안났을 것"이라며, "예전엔 집안일에 관심없었던 남편이 설거지, 청소, 식사 준비 등 안하는 일 없이 도와주는데 그런 자잘한 도움들 없이는 원활한 학교생활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직접 말할 수 없었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그녀들이 공부하고 있는 전기계측제어과는 정부가 인증한 미래신성장동력학과 중 하나로 개발가정과 기업체의 전기사용 효율화와 위기관리 대응을 예측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인기학과이다. 또한 이들은 미래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접하면서 자신들이 갖게 될 미래의 직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특히 모든 교과목에 대한 교수들의 현장 중심형 1:1 지도와 소그룹지도교수와의 멘토링으로 나날이 변화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경화 씨는 "어린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하고 싶은 직업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게 됐다"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기쁨으로 앞으로도 학업에 열중하고 싶고, 무엇보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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