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 ‘석면피해기록관’ 설립으로 치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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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 ‘석면피해기록관’ 설립으로 치유하자”
  • 한기원 <홍주신문 편집국장>
  • 승인 2023.12.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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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원 편집국장

㈜홍주일보사(대표이사 한관우)는 지난 2017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대상사에 선정 지원받아 <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주제의 기획보도를 8회 연재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오사카 센난·한난지역을 방문해 석면피해를 호소하는 재일 한국인들을 만나 구제제도 개선을 위해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투쟁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취재·보도했다.

또 올해는 충청남도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를 기획취재해 13회에 걸쳐 지면과 온라인 보도를 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 있었던 충남 홍성군 광천읍을 비롯해 인접 지역인 보령·예산·청양과 충남 다음으로 피해자 규모가 큰 부산 등지의 석면피해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옛 시절 일상 속에서 차마 피할 수 없이, 석면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피해 사실과 피해자 구제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지면에 옮겨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이들을 위해 무언가 힘을 보태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엔 충남 홍성과 보령, 예산과 청양의 석면광산 인근 마을에서 집단 석면 질환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앞서 2008년 7월에는 석면피해자,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결합해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꾸려졌고, 석면피해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돼 2011년부터 시행됐고,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취재를 위해 수집한 자료 ‘충남지역 석면피해자 현황’에는 홍성이 957명, 보령이 642명, 예산이 78명, 청양이 59명으로 기록돼 있지만, 지난 1년간 그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석면피해자 대부분이 70~80대의 고령자이고, 한 걸음만 내디뎌도 숨이 가빠 오는 석면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취재 당시 오사카 센난·한난지역의 재일 한국인들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산소통을 끌고 다니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갈 수 있는 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석면의 위험성을 온몸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반면 홍성·보령·예산·청양 등의 석면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면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늘 앞장섰던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 대표,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의회석면광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지열 선생이 지난해 2월 향년 80세의 일기로 별세하면서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석면피해자들에 대한 관심도 함께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어두웠던 시기는 지나가고, 다시금 석면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한 줄기 빛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먼저 홍주일보사는 충남환경운동연합,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등과 함께 협업하면서 국내 최대의 석면피해지역인 충남에 ‘석면피해기록관’ 등의 건립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일환으로 홍성·보령·예산·청양지역 석면피해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홍성군의회 장재석 부의장으로부터 석면에 대한 인식과 구제법에 대해 고민을 확인했다. 상호 정보교류와 업무 협조도 약속했다.

홍성군의회는 지난해 장재석 부의장을 연구대표로 ‘석면피해 구제제도 개선방안 정책연구회’를 조직해 석면피해주민의 실질적 지원 방안 등 피해구제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충남도청 대기환경과와 홍성의료원을 차례로 방문해 석면피해자 구제지원을 위한 개선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홍성지역 소재 대학인 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지도교수 김봉덕)의 홍석현, 나양수, 음효빈 학생이 석면과 관련해 지역민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 힘을 모아 석면피해자들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뎌보고자 한다. 석면 문제가 단순히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시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석면 피해의 심각성 등을 후세에 알릴 수 있도록 ‘석면피해기록관·체험관’ 등의 건립 계기를 마련하고자 홍성·보령·예산·청양지역의 석면으로 인한 피해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격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기획기사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충남환경운동연합,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글은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소식지 2023년 겨울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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