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퇴근길 동료들과 돼지곱창 회식이면 하루에 피로를 잊고 ‘다시 한번 힘내자’며 파이팅을 외치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도살장에서 내장 등 부산물이 나온 것을 연탄불에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그 맛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별미가 된 것이 돼지곱창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삽교가 곱창으로 유명해진 것은 삽교읍 방아리에 있던 도살장에서 곱창을 구해와 당시 주막처럼 막걸리를 마시던 대폿집이나 식당에서 구워 팔기 시작했는데, 그 맛이 소문이나 손님이 많아지며 점점 식당이 늘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은 곱창을 한번 삶거나 익혀 불에 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삽교곱창은 생 곱창을 바로 불에 굽는 조리방식이 특징으로 고소한 풍미와 독특한 식감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내포신도시 이주자택지에도 퇴근 시간 즈음이면 고소한 곱창구이 냄새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돼지곱창 맛집이 있다.
바로 삽교에서 40여 년 동안 맛집으로 유명했던 ‘다도곱창’을 며느리가 이어 2대째 내려오는 손맛으로 내포 곱창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전설의 삽교곱창(대표 구양숙)’이다. 구양숙 대표는 시아버지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지난 2016년 8월 문을 열고 지금까지 8년째 영업 중이다.
메뉴는 곱창구이, 곱창전골, 볶음밥이 있지만 단골들은 “이곳에서 메뉴 선택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곱창구이로 시작해 곱창전골을 맛보고 밥까지 볶아 먹어야 비로소 “곱창을 제대로 먹었다”라고 표현할 만큼 대부분의 손님들은 코스요리를 즐기듯 구이-전골-볶음밥을 주문한다.

이전의 곱창구이 식당들은 대부분 석쇠를 이용해 연탄불에 곱창을 구웠는데 타지 않도록 주걱으로 열심히 뒤집어야 했다. 지금은 불판에 가스방식으로 바뀌었지만 타지 않고 맛있는 구이를 먹기 위해 열심히 주걱으로 뒤집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맛있는 곱창구이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열심히 주걱으로 뒤집으며 익어갈수록 참을 수 없는 고소한 향기와 함께 점점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는 곱창을 바라보는 인고의 시간은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준다.
다른 지역은 된장소스나 소금만 찍어 먹기도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곱창구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바삭한 첫 식감과 씹을수록 나오는 고소한 기름이 고추장의 매콤달콤한 맛을 만나 어우러지는 경험은 가족들과 함께해도 그만이고,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도 제격이다.
구양숙 대표는 곱창구이 맛의 핵심은 재료의 신선도와 손질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구이용 곱창은 가져오는 업체에서 1차 손질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손질 없이 바로 사용하는 곳도 많지만 구 대표는 당일 도축한 신선한 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곱창을 하나하나 뒤집어 기름이 많은 부위는 다듬어 내고 소금과 함께 비벼 세척 해 간격을 맞춰 잘라 하루 동안 숙성하는 작업은 잡내를 없애고 구이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매일같이 직접 하고 있다.
손수 손질한 곱창구이에는 대창과 막창, 새끼 보가 나오는데 각각의 식감과 맛을 즐기다가 함께 나오는 양파, 마늘, 콩나물무침과 조합해 개인의 기호에 따른 최상의 맛을 찾는 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다.

곱창구이의 기름이 처음의 고소한 맛에서 조금씩 느끼해진다면, 그때가 바로 전골을 주문할 시점이다. 지금처럼 채소가 다양하지 않았던 초기에 충남지역에서 3~4월 생산되던 냉이를 넣어 곱창의 잡내를 잡고 은은한 향을 살렸던 방식을 이 집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으며, 식성에 따라 3단계 매운맛 조절(매운맛, 중간맛, 순한맛)도 가능하다.
또한 구 대표는 냉이를 공수해 향긋한 냉이 향을 품은 전골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 숟가락으로 전골을 뜰 때마다 걸릴 만큼 푸짐한 곱창의 양과 향긋한 냉이 향 그리고 콩나물이 주는 시원한 국물은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는 맛이다. 구이를 먹을 때와는 다른 전골 속 곱창의 식감도 재미있지만 미리 곱창구이를 좀 남겼다가 전골 국물에 넣어 먹는다면 색다른 식감과 맛을 느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전골을 비웠다면 남은 국물에 김과 참기름을 넣고 볶는 볶음밥을 추천한다. 진하게 우러나온 전골 육수와 참기름의 고소함이 밥과 어우러지게 볶아 냄비 바닥에 살짝 눌어붙을 때까지 약한 불로 기다리면 같이 먹는 누구 하나 부족함 없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 집 곱창 맛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구양숙 대표는 “음식의 맛과 청결은 기본이고 손님이 우리 식당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항상 웃음과 친절로 맞이하려 노력한다”며 “손님 한분 한분이 귀한 시간을 내서 우리 식당을 선택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감사함을 보답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 바로 이 식당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취재 중에 만난 전설의 삽교 곱창을 내포신도시에서 최고 아끼는 식당이라며 단골이라 주장하는 한 중년 남성 손님은 “가끔 다른 곱창집에 가면 잡내가 있어 불편한 적이 더러 있었는데 이 집은 냄새도 안 나고 사장님과 직원들도 친절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내포신도시에 들를 때마다 이 집을 찾는다는 출향인 김아영 씨(39·부천시)는 “고향에 오면 곱창이 생각나 전에는 삽교까지 가서 먹느라 번거로웠는데 처음 ‘전설의 삽교곱창’에 왔다가 맛에 반해 이제는 이 집만 찾는다”며 “나만 알고 싶은 지역 맛집이었는데 줄 서는 식당이 돼 먹기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설의 삽교곱창 메뉴
△곱창구이 600g(2인분) 26,000원
△곱창전골 (소) 22,000원 (중) 25,000원 (대) 30,000원
△볶음밥 2,000원
- 주소 : 충남 홍성군 홍북읍 애향1길 19 (신경리 83)
- 영업시간 : 낮 12시~오후 10시 30분(마지막 주문 오후 9시 30분)
- 휴무 : 첫째·셋째주 화요일
- 예약 : 041-633-9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