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이 가장 중요해요”

[홍주일보 예산=이정은 기자] 예산과 삽교 사이에 위치한 오가면 역탑리, 이곳엔 지역민들을 통해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자 멋집이 있다. 이번 주 <홍주신문>이 소개할 ‘재식이커피(한재식·장효안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4시간만 문을 열며,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오후 1시 한적한 시골 동네, 한 지점에 빼곡 모인 차량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제법 널찍한 주차 공간은 이미 만차다. 이어 갓길 차량 행렬에 웨이팅을 걱정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점심시간을 비껴간 터라 앉을 자리를 고를 수 있었다.
재식이커피의 내부는 가정집 구조는 아니나 마치 ‘방’처럼 구분된 몇 개의 공간마다 테이블이 놓여있어 처음 방문한 손님은 이곳저곳을 살피며 어디에 앉을지 고민하게 된다. 높낮이와 크기가 제각각인 공간들은 거실 같기도 또 어느 곳은 서재 같기도 하다. 가장 작은 방은 고흐의 그림 ‘아를의 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알루미늄 샷시 창 너머로 봄바람에 흔덩이는 초록 잎사귀를 응시하다 보니, 어느새 파스타와 리조또가 나왔다. 기자가 주문한 메뉴는 새우오일파스타와 새우토마토파스타 그리고 치킨버섯리조또다.

먼저 새우오일파스타를 맛본다.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한 입, 그리고 곧장 새우 한 마리를 입에 넣는다. 면의 익힘 정도는 알덴테(al dente, 치아에 씹는 맛이 느껴질 정도)보단 꼬뚜라(cottura, 완전히 익은 상태)에 가깝다. 새우는 약간의 조직감만 가진 채 부드럽게 흩어진다. 그리고 면과 새우에 달라붙은 소스에서는 녹진한 새우 머리의 맛이 함께 느껴진다. 오일파스타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건 새우의 존재감이다.
이어 토마토파스타를 맛본다. 쓰인 재료는 동일하나 적당한 산미에 균형이 잘 잡힌 신선한 토마토 맛이 입맛을 돋운다. 또 가니쉬로 곁들여진 루꼴라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소스와 환상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맛본 리조또는 치즈의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주를 이루며 알알이 톡톡 씹히는 식감과 함께 쫄깃한 버섯, 잡내 없이 담백한 닭가슴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리조또에 들어간 각 재료는 밥알과 비슷한 크기로 잘게 썰려 있어 마치 이유식처럼 부드럽게 넘어간다. 모두 기본을 충실히 지킨 맛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메뉴에서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이기도 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재식·장효안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3년가량 운영되던 ‘아저씨 커피’를 인수해 2021년 1월, ‘재식이커피’를 오픈했다.
“제가 ‘아저씨 커피’ 단골이었어요. 당시 사장님께서 장사해 볼 생각 없냐면서 물어보시길래, 덥썩 운영하게 됐어요. 재식 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커피나 음식을 배워본 사람도 아니고, 장사 경험도 아예 없었기 때문에 초반엔 엄청 고생했죠.”
풀무학교를 졸업하고 홍성 홍동면에서 유기농법 농사를 짓던 한재식 대표는 카페를 인수하기 전, 3주가량 ‘아저씨 커피’의 대표에게 커피 로스팅과 기타 기술을 배웠고, 이후 스스로 맛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재식이커피의 시작엔 오로지 커피만 있었을 뿐, 식사 메뉴는 이후 장효안 대표가 함께하며 생기게 됐다. 장효안 대표는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충남연구원’ 등에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제가 음식을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재식씨가 워낙 서양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많이 해봐서 다른 것보단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예요. 레시피는 해외 유튜브 영상 보면서 배우고 실험하듯 7~8개월간 연습해서 현재의 맛이 나오게 됐어요. 그리고 남편이 서양식을 좋아하니 안 팔리면 재식씨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뉴를 정하게 됐어요. 호호호호호.”
재식이커피에서는 커피와 기타 음료, 샐러드와 파스타, 리조또 그리고 빠니니와 바스크 치즈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음료는 남편인 한재식 대표가, 식사는 아내인 장효안 대표가 맡고 있다.
한재식·장효안 대표는 커피든 식사든 신선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커피콩은 매일 볶고 있어요. 그리고 더치 커피가 인기가 많아요. 평소 더치를 싫어하셨던 분들도 저희집 더치는 초콜릿 향이 가득 나고 진짜 맛있다며 좋아하세요. 거의 매번 품절되고, 더치 커피만 사 가시는 단골들도 계세요. 그리고 차도 이왕이면 유기농으로 하고 싶어서 보성의 차 농장 ‘다채’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각종 청 음료는 주로 시부모님이 담아주신 걸 사용해 만들고 있는데요. 순천 산골 마을에서 공해 없이 자란 열매로 만든 거라 이것 또한 신선하죠.”
식사 메뉴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완제품은 취급하지 않으며, 모두 장 대표가 직접 만들고 있다.
“저는 ‘최소한 내가 직접 만들 수 있으면서도 내 입에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샐러드드레싱과 파스타에 쓰이는 바질페스토, 토마토소스 그리고 피클과 바스크치즈케이크까지 모두 제가 만들어요. 그리고 저희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매콤크림파스타’인데 직접 뽑은 고추기름을 넣어서 느끼함을 확 줄였어요. 제가 느끼한 걸 잘 못 먹거든요.”
이뿐만 아니다. 가니쉬로 올라가는 루꼴라는 근처 유기농 농장에서, 리조또에 들어가는 백미와 현미는 시부모님께서 농사지은 유기농 곡식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장 대표에게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재밌는 일화와 힘든 점에 대해 물었다.
“재식이들이 많이 왔었어요. 남편과 동명인 분들이요. 호호호. 대략 서른 분 정도? 그리고 가게 운영하면서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왼쪽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 장 대표는 “식사 메뉴를 제가 혼자 만들다 보니 손목이 안 좋아져서 이 부분이 좀 힘들다”며 “인수하겠다는 분이 있다면 넘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재식이커피 메뉴
△새우오일파스타 13,000원 △새우바질페스토파스타 13,000원 △새우토마토파스타 13,000원 △새우크림파스타 14,000원 △새우로제파스타 14,000원 △새우매콤크림파스타 14,000원 △치킨버섯리조또 13,000원 △버섯파니니 8,000원 △치킨버섯파니니 10,000원 △한끼든든 닭가슴살샐러드 12,000원 △한끼든든 새우샐러드 12,000원 △야채샐러드 8,000원 △디카페인 hot 5,000원 △바스크치즈케이크 6,000원 △매일볶는커피콩(200g) 15,000원 △더치원액(250ml) 15,000원 △더치아메리카노 4,7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카페라테 4,500원
·주소: 충남 예산군 오가면 오가중앙로 65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2시 | 매주 토요일 정기휴무
·전화번호: 010-8802-5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