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6.7도·열대야 18일… 농가 피해와 온열질환 속출
주민 참여를 통한 ‘생활문화 변화’가 ‘폭염 대응의 열쇠’

[홍주일보 홍성·예산=김영정 기자] “덥다 못해 숨이 턱 막힌다.” 올해 여름, 홍성과 예산을 비롯한 충남 서북부 지역에서는 무더위에 대한 아우성이 어느 때보다도 많았다. 유난히 무더웠던 체감 속에, 정말로 올여름은 ‘역대급’이었을까?
실제 기온과 폭염 일수, 열대야 발생일 등 기상 데이터를 살펴보니 그 체감이 단순한 느낌을 넘어 수치로도 ‘이례적인 폭염’이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홍성과 예산을 중심으로 한 충남 서북부 지역은 연일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렸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35도 이상의 고온 현상은 8월 말까지 이어졌고, 지역주민들은 연일 이어진 무더위에 지쳐갔다. 특히 지난달 8일, 홍성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10년간 기록된 수치 중 2018년 8월 3일 기록한 37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낮의 불볕더위에 더해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아, 8월 한 달 동안 10일이나 열대야가 이어지며 많은 주민들이 밤잠을 설쳤다. 홍성과 예산 지역에는 이례적으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잇따라 발령됐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7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홍성과 예산을 포함한 충남 서북부 지역의 폭염 일수는 총 24일에 달한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평균기온 역시 10년 전보다 1.4℃ 상승한 27.6℃를 기록했고, 열대야 발생 일수도 총 18일로 나타났다. 통계상으로도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이 같은 폭염은 지역주민의 일상은 물론 건강과 생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충남도에 따르면, 올여름 도내에서는 총 18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5명이 사망했다. 특히 7월 초 집중적으로 51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의 다수는 논밭에서 작업 중이던 고령층이었다. 전체 환자 중 남성 비율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주요 질환으로는 열사병과 열탈진이 다수 보고됐다.
농가 피해도 심각하다. 홍성군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돼지 5835마리, 닭 1만 5504마리가 폐사했으며, 예산군에서도 돼지 1791마리, 닭 1만 9573마리가 폐사해 축산 농가의 경제적 타격이 크다. 여기에 더해 지난 8일, 인근 보령과 태안에서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며 양식 어류의 대규모 폐사가 우려되자, 83만 9500마리의 양식어류가 긴급 방류되기도 했다.
충남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 이상신 센터장은 이번 기후 현상에 대해 “평균 기온은 계속 오르고, 최고기온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최저기온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태계가 적응해야 하는 온도 범위가 넓어지고, 이런 기후 변화가 고빈도·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충남이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22~24%를 차지하는 다배출 지역임을 지적하며, 기후변화 영향을 더욱 빠르고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에는 대형 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어, 발전소 인근 지역의 미기후(특정 지역이나 공간 내에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의 미세한 차이나 변화)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응 방안으로 시민들의 작은 실천과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짧은 거리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생활 습관은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라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생활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강화하고, 재정 지원 체계를 정비하며,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여름 우리 지역을 뒤덮은 폭염은 단순한 이상기후 현상이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심코 넘길 수 없는 문제로, 기후위기가 점점 일상으로 스며드는 지금, 지역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