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
칼럼·독자위원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맡겨진 임무가 천부사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천부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농민이 되어 만인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어떤 사람은 건축가가 되어 주택을 제공하고, 어떤 사람은 의사가 되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각자가 타고난 고유한 사명을 살면서 알게 되고 실천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 과정이다.
필자는 최근 대형 할인 매장에 갔었다.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데 한글로 되어 있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웠고 필자 때문에 뒷사람들이 많이 지체되었다. 직원이 도저히 안되는 것을 인식하고 도와주어, 겨우 주문했지만 땀이 흐를 만큼 긴장되고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않고 배워도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생긴다.
버스 터미널에서 무인으로 표를 사거나 바꾸는 것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 키오스크 주문을 어려워하는 사람, 인터넷으로 가입하고 문서를 받는 것을 못해 직접 해당 부서에 가는 사람 등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어떤 누구나 예외도 없고 반드시 거쳐가는 과정이라 더 잘 와 닿는다. 이런 사람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도와주려는 경우가 많고 위로도 해 준다.
그 이유는 어디서 교육 받은 것도 아니고, 이해심이 갑자기 높아진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가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체력도 약해지고, 잘 잊어버리고, 낯선 것을 힘들어 하고,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현상들, 기계가 대체하는 것에 적응하고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것을 자연스럽다라고 표현한다.
모든 성인은 청소년기를 거쳤다. 이것도 예외가 없다. 어느 분은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도 그 때의 모습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성숙하지 못했고, 언행이 사회화 되지 않아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성인 흉내를 말도 안되게 냈을 것이며, 이성교제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진로에도 큰 고민을 했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나이 들면서 삶의 어려움이 생기는 것과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몸과 마음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 두 현상 사이에는 차이점이 하나 있다. 나이 들면서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한다. 그러나 청소년이 보여주는 언행에는 이해보다는 감정적인 대응, 비난, 비판이 많다. 내가 모르는, 경험하지 못한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성인으로서 천부사명이 있다. 그것은 청소년을 어떻게 해서든지 보호하는 것이다. 말을 듣지 않고 반복적으로 비행을 저질러도, 기다리고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회의 모든 것을 동원해, 청소년이 스스로 통찰하고 변화가 생길 때까지 속을 썩어야 한다. 하늘이 준 임무다.
보호자로서 천부사명도 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싸움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아이의 정서를 잘 관리해야 한다. 좋고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느끼게 해 줘야 한다. 더 좋은 것은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분은 대화를 시도하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도 안하고 신경질만 낸다고 푸념한다. 천부사명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어려운 임무인가? 쉽고 간단하고 작은 노력으로 결실을 얻는 것은 천부사명이 아님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