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령친화산업학회 이사
충남사회서비스원 감사
충남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위원
칼럼·독자위원
2023년 기준, 한국은 UN 인간개발지수(HDI)에서 100점 만점에 93.7점을 기록하며 세계 193개국 및 지역 중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소득, 교육, 건강 등 국민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표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5년, 한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산업화 세대가 노년층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경제적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그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동시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며 국정 방향을 재설정해 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한국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선진국으로 성장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해 있다. 과거의 압축 성장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으며, 사회적 포용, 지역 균형, 개인의 웰니스가 함께 작동하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단기간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그 속도만큼 구조적 문제도 깊어졌다. 인구 감소, 사회 불평등, 지역 격차, 환경 위기는 단순한 사회적 불편이 아니라 국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다.
특히 지방 소멸은 사회 균형을 흔드는 핵심 문제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인구 감소는 지역 공동체 붕괴, 청년 유출, 문화 및 의료 인프라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속도의 시대에서 지속의 시대로 전환하며, 경제 중심 발전을 넘어 사회적 포용과 웰니스, 문화복지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구 구조 변화다. 초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노동력은 감소하고, 복지 비용은 증가한다.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환경, 양성평등 고용 구조, 고령층 사회참여 기회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장년층이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세대 순환형 노동시장은 지속가능한 인구 정책의 핵심이며, 지방 경제 회복과 연계될 때 지역 공동체의 활력과 웰니스가 강화될 수 있다.
복지 체계 개편 또한 필수적이다. 노인 인구 증가에 대응한 지역사회 중심 돌봄 서비스, 의료·요양 통합 관리, 기초연금의 안정적 확대는 국가 기본 인프라로서 재구성돼야 한다. 여기에 문화복지적 접근을 더하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 프로그램, 평생학습, 여가·예술 체험은 삶의 질 향상과 정신적 웰니스에 직접 기여한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지역 돌봄 공동체 강화는 지속가능한 복지의 출발점이다.
경제 구조 전환 역시 불가피하다. 제조업 중심 산업은 더 이상 한국 미래를 책임지기 어렵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 환경 정책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녹색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의 결합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체질 개선을 동시에 이루며, 지방 혁신 산업과 연계될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지속가능성의 또 다른 축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수록 지방 소멸은 가속화된다. 교육·산업·문화 기회를 지방으로 확산하고, 지역 대학과 혁신 산업을 연결하는 지방형 성장모델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웰니스 향상에 기여한다. 문화시설, 지역축제, 예술 프로그램 등 문화복지 활동은 단순 여가 제공을 넘어 주민 상호작용과 공동체 유대 강화로 이어진다.
기술혁신 또한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구조를 변화시킨다. 평생교육과 직업 전환 지원, 디지털 포용 정책은 모든 세대가 기술 혜택을 누리도록 보장하며, 기술이 인간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
사회적 신뢰 회복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다. 선진국은 단순히 소득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협력이 작동하는 사회다. 공정한 제도, 투명한 행정, 시민 참여 확대는 선진 한국의 품격을 결정한다. 경쟁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협력과 포용의 문화를 확립할 때, 지역 공동체의 웰니스와 문화복지적 가치도 함께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과거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개발 협력 주체로서 기후위기, 인권, 평화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 세계 문제에 대한 연대는 외교적 선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구와 글로벌 웰니스를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결국 초고령사회는 위기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경제적 부와 기술력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인구, 환경, 복지, 지역, 기술, 신뢰, 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제 ‘성장의 선진국’에서 ‘공존과 웰니스의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느리지만 바른길만이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고 살아갈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